요즘 제리 브라운 가주 지사의 심기가 몹시 불편한 것 같다. TV에 나오는 그의 얼굴은 분노로 붉게 상기돼 있다. 그가 혼신의 힘을 기울여 추진해 온 프로포지션 30이 올 11월6일 주민투표에서 통과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안은 연소득 25만달러 이상의 고소득자의 세율은 현행 10.3%에서 13.3%으로 (말로는) 한시적으로 올리고 주 판매세도 .25% 포인트 인상해 교육비로 쓰겠다는 것이다. 지지자들은 이 안이 부결될 경우 학교는 집단으로 문을 닫고 학생들은 갈 곳이 없어진다고 부르짖고 있다.
브라운 지사를 비롯한 이 안 지지자들은 처음 발의안 통과를 낙관했다. 주인구의 1%도 안 되는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매겨 가주 교육을 살리겠다는데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거기다 이 안 찬성을 위해 모은 돈은 5,000만달러로 반대자들 모금액의 4배가 달한다. 공무원 노조만도 3,000만달러라는 거금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안의 지지는 최근 추락하고 있다. LA 타임스에 따르면 이 안 지지율은 지난 달 55%에서 이달 46%로 급락했다. 이처럼 지지율이 폭락한 것은 무당파 유권자들이 이렇게 걷은 돈이 과연 교육을 위해 쓰일 것인지에 대해 의심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에는 프로포지션 38을 지지하는 몰리 멍거의 발언도 영향을 끼쳤다. 리버럴 민권 변호사인 멍거는 프로포지션 30으로 걷은 돈은 주 의회가 마음대로 쓸 수 있다며 지금까지의 방만한 지출을 조장할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프로포지션 38은 주 소득세를 전반적으로 인상하되 이렇게 거둔 세수는 교육에만 쓰도록 하고 있다. 이 두 안이 모두 통과될 경우 더 많은 표를 얻은 안이 효력을 갖게 되는데 지금으로서는 둘 다 과반수를 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 두 안보다 가주의 앞날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안이 이번 선거에 올라와 있다. 기업과 노조 모두 직원이나 노조원의 동의 없이 임금의 일부를 정치 목적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프로포지션 32가 그것이다. 이 안은 기업과 노조를 모두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지만 직원 동의 없이 월급으로 정치 헌금을 하는 기업은 거의 없으므로 실질적인 타깃은 노조다.
공무원 노조의 이 안에 대한 반대는 가히 결사적이다. 지난 번 위스콘신에서 이와 비슷한 안이 통과되자 자발적으로 정치 헌금을 하는 노조원과 노조 가입자 수가 급감하는 것을 눈으로 봤기 때문이다. 가주 교육을 살리자는 브라운의 프로포지션 30 지지를 위해 800만달러를 내놓은 가주교원 노조는 이 안 저지를 위해서는 1,900만달러를 쾌척했다. 이 안 반대자들이 캠페인을 위해 모금한 돈은 5,600만달러로 지지자들이 모은 800만달러를 압도하고 있다.
지금 가주가 안고 있는 만성적 재정 적자, 낮은 공공 서비스, 고실업 등 문제는 지난 수십년간 주 의회를 장악해온 민주당의 책임이다. 그리고 그 민주당은 이들에게 천문학적 돈과 표를 대주는 공무원 노조의 호주머니에 들어 있다. 아무리 재정이 엉망이라도 이들 노조의 연금은 깎지 못하며 연공서열을 지고의 가치로 아는 교원 노조 덕에 아무리 무능한 교사도 쫓아내지 못한다. 가주 교사의 평균 연봉은 6만9,000달러로 뉴욕 다음으로 높지만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50개주 가운데 49위다. 그런데도 돈이 더 필요하단다.
지난 수십년간 가주 세금은 지속적으로 올라 지금 소득세는 전국 2위(프로포지션 30이 통과되면 1위), 개스 세는 전국 2위, 판매세는 전국 1위다. 환경 보호를 위한 규제도 전국 1위. 이런데도 왜 고소득자와 비즈니스가 가주를 떠나려하는지 모른다면 딱한 일이다. 지금 가주가 필요로 하는 것은 증세가 아니라 공무원 노조의 전횡 방지와 교육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다. 이를 위해 통과돼야 할 것이 무엇인가는 자명하다.
미래는 열려 있고 그것을 만들어가는 것은 이 시대를 사는 유권자들이다. 어느 쪽이 진정 밝은 미래로 가는 길인지 표를 던지기 전에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민경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