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흐르는 시내에서 돌을 치우지 말라”

2012-10-3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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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목사)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페어마운틴 밸리(Fair Mountain Valley)라는 골짜기가 있다. 길이가 10마일도 더 되는 길고 깊은 골짜기다. 한 여름에는 하늘도 보이지 않는다. 산 까치 숨어드는 숲 사이로 물 흐르는 소리, 쾌활한 새 소리에 마음을 씻으며 걸으면 종일 걸어도 지치지 않는 맑은 골짜기다.

나는 틈나는 대로 이 골짜기에 들어가 홀로 걸으면 묵상하기를 좋아한다. 그곳에는 가뭄과 상관없이 언제나 활기찬 소리를 내며 흐르는 시내가 있다. 때로는 흐르는 시냇물을 따라 나모 모르게 수 마일을 걷기도 하는데, 상류에서는 바위와 나무뿌리, 날카로운 돌과 높은 제방과 긴 모래톱 같은 여러 장애물이 눈에 띈다.


지금 나는 중류에 있다. 골짜기에서 흐르기 시작한 시냇물 위에 긴 나뭇가지 하나 던져놓고 따라가는 중이다. 물줄기는 수 십 마일 앞에 있는 델라웨어 강 포구(浦口)를 향하여 이리 저리 굽이치며 흐르고 있다. 가파른 협곡에서 출발한 물줄기가 수많은 장애를 넘나들며 도도히 흐르다 보면, 높은 제방을 힘들게 넘어가기도 하고 큰 바위를 만나 부딪치며 하얀 인고의 포말(泡沫)을 푸른 하늘로 뿜어내기도 한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때로는 긴 성처럼 쌓인 제법 높은 모래톱을 돌아 우회하는 고단한 여정의 행로가 그 앞에 있다. 온갖 장애물을 넘나들며 쉬지 않고 흐르는 저 시냇물은 우리네 인생과 너무나 닮았다.
그런데 만일 이 물줄기가 시련의 과정이 싫다고, 또는 괴롭다고 거기에 있는 장애물을 다 걷어버리면 어떻게 될까. 틀림없이 시냇물은 쉽고 편하게 흘러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부터 시내는 아름다운 노래를 잃어버릴 것이고, 함께 노래하는 대 자연의 친구들을 다 놓치고 말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때부터 시냇물은 생명력을 잃을 것이다. 바위에 부딪치면서 연출하는 하얀 포말도 만들어 내지 못하고, 한 마디의 감탄사도 만들어 내지 못하는 무미건조하고 냄새나는 시내가 되고 말 것이다. 그냥 편안히 흐르는 물은 곧 죽은 물이 되고 만다. 그러므로 흐르는 시내에서 돌을 치우지 말라. 그래야 대지의 품에 안겨 흐르는 시내가 자신의 노래를 잃지 않는다. 그래야만 물이 흘러 내려가면서 순화 작용이 일어나 물의 생명력이 살아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기나긴 인생 여정 가운데 다가오는 시련과 고난을 원망하거나 두려워 말라. 그 고난의 무게를 덜어 보려고 인위적인 육신의 편안에 빠지지 말라. 홍해 앞의 모세나 여리고 성 앞의 모세와 여호수아를 보라. 그들은 시련과 장애물 앞에서 추호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 가운데 당당하게 서서 하나님의 도우시는 손길을 바라보았다. 그 때 정면 돌파의 길이 열렸고 그들은 그 시대의 영웅이 되었다.

인생을 살다보면 사람은 누구나 뜻하지 않은 장애나 위기를 만난다. 때로는 산이 흔들려 바다에 빠질 것 같은 긴 고난의 터널을 지나기도 하고, 깊고 험한 심연의 골짜기를 통과할 때도 있다. 그러나 잊지 말라. 새로운 창조나 영웅적 삶은 위기를 겪으면서 강화 된다. 비범한 성공이나 탁월한 창작이 극심한 장애물을 통과하면서 얻어질 때가 의외로 많다.

욥도 말을 했다. “나의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같이 나오리라.” 당신은 리더인가. 흐르는 시내에서 돌을 치우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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