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작은 거인 등소평 vs 북한

2012-10-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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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재옥 의사


엊그제 뉴욕타임스 1면에 북한이 변해가고 있다는 기사가 크게 실렸다. 그의 상징으로 지난 주 북한에서는 레닌과 마르크스의 초상화를 모두 철거해 버렸다. 노일전쟁에 패배한 러시아에서는 왕정의 국력이 약해진 틈을 타 노동자 계급을 등에 업고 공산주의가 싹트기 시작한다. 그리고 드디어 레닌의 공산주의 혁명은 왕정을 무너뜨린다. 그러나 공산주의가 해결책이 아님을 알아차린 20세기 말의 현명한 국민들은 레닌을 지워 없애기 시작한다. 지금 소련에서는 레닌을 따르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공산주의는 아예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가난한 사람들을 선동해서 중국 천하를 평정한 모택동의 공산주의 이론만을 가지고 수억 인구의 굶주린 배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농부가 곡식을 만들어 봉사하니 한달에 10달러, 이발사가 머리를 깎아 봉사하니 한달에 10달러, 의사도 환자를 돌보아 봉사하니 한달에 10달러 모두가 극도의 가난 속에 허덕이게 되었고 등소평은 소련보다 한 술 더 떠서 과감하게 자본주의를 영입한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아오면 된다는 실용주의 정책으로 중국 경제는 급성장하여 오늘의 강대국이 된다. 1960년대 초 월남전의 발발로 수많은 미국 의사들이 전쟁터에 차출되고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미국 정부는 많은 외국 의사들을 끌어들였다. 이 기회를 놓칠 새라 등소평은 "내가 비행기 값을 대주마. 미국에 나갈 수 있는 자는 다 나가거라." 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이때 많은 barefoot doctor들이 미국에 와서 열심히 공부해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50년이 지난 지금 미국 각 대학의 과학 계통, 특히 물리, 화학 등 기초의학의 과장 자리는 중국학자들이 거의 다 차지하고 있다. 하버드 의대 졸업생의 30%이상이 중국학생들이다. 브루클린 킹스 카운티(Kings County)는 뉴 홍콩(New Hong Kong)이라 불릴 정도로 중국인들로 넘쳐나고 있다. 당시 등소평은 한국의 포항제철과 선박 조선업도 방문했었는데, 지금의 중국은 조선업 등 각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0억 이상의 중국인중 1%만 가정한다 해도 천만명 이상이다. 이들은 전쟁을 치룰 필요도 없이 야금야금 미국땅을 정복하고 있다. 공기좋고 살기좋은 브루클린의 좋은 주택과 땅을 상당부분 현금으로 열심히 사들이고 있다.

지금 많은 국가들은 지난 50년 전에 비해 더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며 더욱 큰 혼란 속에 빠져있다. 극한으로 치닫는 한국의 양극화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예측을 불허하는 11월 대선을 판가름 할 젊은이들의 정치관이 염려된다. 혹여 실패한 사회주의 사상에 동조돼 있는 것은 아닐까. 모쪼록 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공산주의가 해결책이 아님을 자각하고 이제라도 개방정책을 표방하는 북한에 허울좋은 선전이 아닌 진정한 변화가 있기를 기원한다.
추재옥(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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