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내 탓이요

2012-10-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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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호 톨스토이가 어렸을 때의 집에는 아버지가 매우 소중히 여기는 값진 도자기들이 많았다고 한다. 톨스토이의 여동생은 그 중에서도 가장 예쁘고 값나가는 도자기를 달라고 매일 같이 아버지를 졸랐다. 그러나 아버지는 선뜻 딸에게 그 귀한 도자기를 내어 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크리스마스가 가까이 닦아오는 어느 날 톨스토이 여동생은 또 다시 그의 아버지에게 도자기를 달라고 눈물을 흘리면서 애원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애처로워 아버지는 “그래 그렇게 원한다면 너 가져라”하고 도자기를 주었다. 너무나 기쁜 여동생은 도자기를 들고 오빠에게 자랑도하고 약을 올려주기 위해 뛰어가다가 그만 문턱에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도자기는 산산 조각이 나버렸다. 여동생은 부서진 도자기를 바라보며 “우리 집을 지은 사람이 누구야? 누가 우리 집을 이렇게 지어 나를 넘어지게 했나” 하고 악을 쓰며 울었다. 이를 본 톨스토이는 훗날 자신의 잘못, 실수는 탓 하지 않고 집지은 사람을 탓하는 여동생을 떠올리며 쓴 것이 “집지은 사람이 잘못일까?”라는 글이다.

다른 한편 이솝 우화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사슴이 사냥꾼에게 쫓겨 포도 넝쿨 속에 숨었다. 사냥꾼은 사슴을 찾지 못하고 그냥 지나가버렸다. 위기를 모면한 사슴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다음 배가 고파 포도 잎과 넝쿨을 뜯어 먹기 시작했다. 포도나무 뜯어 먹는 소리와 포도 넝쿨이 없어져 사슴 몸이 들어나자 이를 발견한 사냥꾼이 활을 쏘았다. 사슴은 화살을 맞고 죽어가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어찌하여 나를 숨겨준 포도 잎과 넝쿨을 다 먹었을까? 내가 이런 꼴을 당하는 것은 당연하지”라고 했다는 이야기이다. 자신의 실수는 탓하지 않고 집지은 사람을 탓하는 톨스토이 여동생과 죽어가면서 자신의 실수를 반성 한 사슴에 비추어, 여러분들의 삶을 한번 돌이켜 본다면 자신은 어디에 속한다고 생각 됩니까?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아 잘못됨을 반성하고 부족함을 채울 수 있는 지혜야 말로 살아있는 자의 넉넉함이 아닐까 생각된다. 채근담에 “스스로 반성 하는 사람은 닥치는 일 마다 모두 이로운 약이 되지만 남을 원망하는 사람은 생각하는 것 마다 스스로를 해치는 창칼이 된다.”고 했다. 깊어가는 가을, 김수한 추기경께서 말한 “모든 것이 내 탓이요”하는 반성의 말을 한번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

서석준 <커네티컷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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