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왜 학대적인 관계를 유지하는가?

2012-10-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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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옥(뉴욕가정상담소 시니어 소셜워커)

한국인의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남편의 학대에도 결혼생활을 지속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독특한 한국적인 사고방식과 문화의 차이는 다른 민족이 결혼을 지속하는 이유와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한국 아내들은 언젠가는 남편이 변할 것을 기대한다. 특히 신앙이 좋은 사람은 하나님이 남편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기대한다. 대부분이 기독교인인 한인 가정은 새벽기도를 열심히 간다든지 하면서 가정생활이 남에게 노출되는 것을 창피해 하며 혹시나 남들이 수근 거릴까봐 두려워하고 오직 비밀을 지킨다.

대부분의 가정이 아이들에게 폭력이 노출되는 경우가 많은데 피해자들이 아동보호국에 신고가 되어서 아이들이 충격을 받을까 봐 상당히 두려워한다. 특히 아이들 앞에서 아버지가 경찰에 구속되는 것이 드러날까 매우 두려워한다. 그래서 피해자들은 아이들이 클 때까지 기다린다. 그들은 학대하는 아빠라도 양부모가 있는 편이 좋다고 믿는다. 어떤 사람은 아이들이 대학 갈 때까지 기다린다고 하고 어떤 이는 아이를 결혼시키고 나서 남편과 헤어진다고 다짐한다. 절대로 한국여성들은 자기 자신을 보기보다는 신앙 때문에, 한국적인 문화 때문에, 남의 시선 때문에, 혹은 아이들을 위해서 학대적인 관계를 유지한다고 말한다.


반면, 아이들의 의견은 아주 다르다. 특히 미국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부모의 문제에 자신들을 끌어 들이지 말라고 단호히 말한다. 자신과 부모 문제를 연관시키지 말라는 뜻이다. 실제로 가정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는 가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에게도 심한 화를 표출하는데 그 이유는 가해자(아버지)는 가정의 평화를 깨트렸다는 이유로, 피해자(어머니)는 자신들을 학대적인 환경으로부터 구출해 주지 못한 원망으로 가득하다.

어머니가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참고 살아온 자신편이 될 거라는 환상이 깨어지는 순간에 많은 피해자들이 구체적인 도움을 위해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남자 아이들은 아버지를 이해하라고 어머니를 설득하거나 어머니의 행동을 질책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미 성인이 된 남자 아이들은 아버지의 행동과 동일시 된 경우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반면 성인이 된 여자아이들은 강하게 어머니의 이혼을 주장함과 동시에 강력하게 어머니의 우유부단한 행동에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 이 또한 어머니와 동일시 된 아이들이 자신에게도 심한 화가 나는 경우이다. 남편이 변할 것이라는 기대가 오히려 시간이 가면서 악화되는 경우에는 모든 희망이 깨진다. 가해자들의 대부분은 또한 어려서 부모로 부터 또는 형제들로(맏형)부터 학대당한 피해자인 경우가 많은데 그들의 성격이 100% 변화되는 것을 바라는 것은 내 남편이 국민남편 유준상이 되기를 바라는 것과 같은 것이다.

내 인생의 책임을 남의 탓으로 돌리지 말고 자신의 무엇을 바라는지 알고 현명하게 대처할 때 후회없는 삶이 될 것이다. 쉬쉬 하지 말고 외부의 조건으로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청하여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이 후회없는 인생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도움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도움을 요구하는 사람이 진정 건강한 삶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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