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조인간 안드로이드

2012-10-1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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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요새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스마트폰을 모르면 간첩(?) 소리를 듣는다. 노년층에서도 스마트폰을 한번 잘 써 봤으면 하는 바람을 많이들 갖고 있는 것 같다.
컴퓨터는 인간의 두뇌에 필적할 만한 연산 능력이 있는데, OS(operating system)라는 기본 운영체계가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에도 이러한 OS가 탑재되어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구글에서 만든 PC 운영체제인 스마트폰에서 프로그램을 실행하도록 하는 모바일 전용 운영체제다.

흥미롭게도 그 운영체제의 명칭이 ‘안드로이드’ 라고 한다. 안드로이드는 SF, 즉 사이언스 픽션(science fiction), 공상과학 용어로서 ‘인간을 닮은 것’ 이라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겉보기에는 말이나 행동이 사람과 거의 구별이 안 될 정도로 사람과 같은 로봇을 뜻한다. 우리말로 ‘인조인간’이라고 하면 모두들 익숙할 듯하다.
갑자기 안드로이드 인조인간 이야기를 하는 것은 바로 우리 현대인들이 말 그대로 안드로이드화 되어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공상과학 소설을 보면, 인조인간은 원래는 사람이 아닌, 인간의 설계로 가공하여 만든 기계인간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우리 인간이 바로 그 인조인간화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는 때때로 무기력증에 빠져 남들이 사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그저 수동적으로 살고 있는 자신을 흔히 발견하게 된다. 우리 한인들은 특히 언어와 문화의 이질감 때문에 웬만하면 문제를 만들지 않고, 튀지 않고 사는 것이 최고라는 보신주의에 쉽게 빠져들곤 한다. 그런데 주변사람들 이야기가 우리 한인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고 한다.

IMF 사태 이전에 한국사회를 논할 때 복지부동이다, 보신주의 사회이다 하면서 비판했던 말들이 기억난다. 그런데 미국사회도 이제 그러한 안드로이드 문화에 감염된 듯하다. 미국이 해결해야 할 중동과의 전쟁, 부채, 교육, 복지 등등 우리에게 직, 간접으로 영향을 끼치는 커다란 숙제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근본적인 해결과 치유를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의 의식이 깨어 있고, 파릇파릇 해야 하지 않을까.
건전한 토론과 비판, 긍정적인 마인드로 무장돼 있어야 문제해결의 희망이라도 보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 미국은 스마트폰화면, TV화면에만 빠져버린 개인화된 사회로 급변해 가고 있다. 우리가 누누이 강조해온 지역사회와 상호협조, 커뮤니티 활성화는 점차 힘들어지는 것이 아닌가. 지금 우리의 모습은 안드로이드 인간으로 변신해 가고 있는 중이다.

특히 9.11과 같은 대형사건을 겪은 우리들은 누구나 사회의 발전, 변화를 꾀하는 노력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 안 그래도 공공장소에서 우리가 조금만 튀는 행동을 하거나, 필요에 따라 목소리를 조금 내기라도 하면 자칫 테러리스트 취급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미국이 인권의 선도주자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비행기 탑승직전, 전신 수색은 기본이고 모든 사람이 잠재적 죄인 취급을 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강압적 분위기 속에서 개개인은 더욱 더 무사안일주의에 빠져들면서 안드로이드화 되어간다.

사회가 경제적으로 힘들고 정서적으로도 각박해지다 보니, 이제 사람들은 사소한 일들이라도 원칙에 입각해서 시시비비를 따지는 미국의 근본적인 원칙주의와는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 사람들은 그저 사회지도층이 요구하고 주장하는 것들에 대해 예전처럼 저항하거나 투쟁하기보다는 대체로 순응하려는 분위기다.

미국은 현재 파병한 전쟁으로, 모기지 대란 등의 경제위기로 지칠 대로 지쳐 있다. 그런 피로감으로 인해서 이제 쉬고만 싶은 안드로이드 상태로 되어 버린 것은 아닌지. 피로할 대로 피로한 미국호의 선장을 뽑는 오는 11월 선거에서 오바마와 미트 롬니, 그 누구도 이러한 안드로이드화를 치유해줄 딱 들어맞는 처방전은 없는 것 같아 피로감은 더욱 더 깊어만 간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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