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5번째는 제발…한인사회 단결해 법안 지지 나서야”

2012-10-1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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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선 중견이자 친한파 의원으로 널리 알려진 뉴저지주 민주당 출신 로버트 앤드루스 연방하원의원이 지난 12일 의회에 ‘한인 이민 100주년 기념주화 법안’을 상정했다. 이번이 무려 4번째이다.

그는 제물포항에서 배를 타고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을 향한 한국인 남성 56명, 여성 21명과 아동 25명이 호놀룰루에 도착한 1903년 1월13일의 100주년을 맞이하는 2003년 1월13일을 앞두고 2002년 9월26일 의회에 H.R.5476을 상정했다.
법안은 재무부장관이 2003년 한해에 국한해 1달러짜리 기념주화를 은화로 50만개까지 발행토록 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법안은 자신 이외에 불과 4명 의원의 공식 지지에 그쳐 하원 재무위 화폐정책소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의회 107 회기(2001~2002년)가 끝남에 따라 자동 폐기됐다.


당시 미주 한인사회 곳곳에서는 제각기 한인 단체들이 100주년을 맞아 각종 기념행사 준비로 떠들썩할 때였다.법안이 의회에서 지지를 얻지 못했던 이유는 미주한인들이 서로 협력해 자신을 대표하는 각 지역 출신 하원들에게 법안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앤드루 의원은 108 회기가 개회하자 2003년 5월6일 H.R.1958을 의회에 상정했다. 첫 상정했던 법안 내용을 그대로 다시 상정한 것이다.
그런데 역시 실패였다. 지지가 39명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100주년은 지나가 버렸다.

하지만 앤드루 의원은 109 회기가 개회하자마자 2005년 4월20일 H.R.1717을 상정했다.2002년과 2003년의 법안과 똑 같은 내용을 다시 발의한 것이다. 단 주화 발행연도를 6년 뒤인 2011년으로 미뤄 정했다.100주년이 이미 지난 상태였고 또 실제로 법안이 통과될 경우 한인들이 과연 은화 50만개를 기념 차원에서 매입할 것인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재무부가 넉넉한 기간을 두고 충분한 홍보를 통해 사전 주문을 받아 그에 해당되는 주화를 발행, 판매할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둔 것이다.그러나 이마저도 통과에 실패했다. 오히려 지지가 26명으로 떨어졌다. 그래서인지 110회기와 111회기(2007~2010년)에는 100주년 기념주화법안을 상정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제 떠나간 배”라며 아쉬워했다. 그런데 그가 지난 12일 H.R.6571을 상정한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은화뿐만이 아니라 금화 발행도 주문했다. 또 발행 개수를 50만개에서 은화 1만개와 금화 2만개로 대폭 감축했다. 거기에 이들 주화 판매를 통해 장학금 80만 달러를 모금하는 내용을 추가했으며 발행일도 역시 넉넉히 2018년으로 잡았다.

사실 112회기(2011~2012년)는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어 H.R.6571은 이번 회기에 통과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내년 113회기 재상정 여부를 떠보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한인사회의 반응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그렇다면 미주한인들은 이제 힘을 합해 하나로 뭉쳐 법안 지지에 나서야 한다.

만일 100만이 넘는 미주한인들이 자신과 후세들을 위해 4차례에 걸쳐 의회에 상정된 법안을 계속 방관한다면 엔드루 의원에게 “이로서 족하다”고 조언하고 싶다.
같은 목적을 두고 상정된 법안이 의회 통과를 5번이나 실패할 때 이민 100주년 역사를 둔 한인사회의 위상을 높이려는 그의 노력이 오히려 “단결 못하는 한심한 이민자들”로 낙인찍히는 결과를 가져다준다는 말과 함께.

신용일 기획취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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