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롬니의 외교정책은

2012-10-1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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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은 그 명분이 약했고 정당성도 부족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반대에 부딪혀서 미국으로서는 외롭게 치러야 할 전쟁이었다. 미국의 공격이 임박하자 조지 W 부시 행정부측은 ‘공격이 감행될 경우에 한국으로부터의 각종 지원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시민사회가 요동을 쳤다.

미국이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언급한다 해도 노무현 정부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한국의 반응이 기대에 못 미치자 미국은 한국정부를 상대로 구체적인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미 국방부에서 가장 강성으로 이름난 ‘도브 자카임’ 차관이 자기 사무실로 워싱턴 주재 한국특파원 한 사람을 불렀다. 그는 비밀리 한국을 방문했던 일을 털어 놓았다. “최근 한국을 방문해 국방부 고위 당국자들과 훌륭한 협의를 가졌다”고 하면서 미국과 한국은 같은 방식으로 세계를 보고 있더라, 그래서 많은 가치를 공유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설명을 늘어놨다.


‘도브 자카임(Dov S. Zakheim)’은 소위 네오콘의 핵심이다. 오랫동안 국방부에서 기획, 정책을 주도했다. 이라크 전쟁시엔 재정담당 차관을 지내면서 럼스펠드 장관의 특별임무를 수행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럼스펠드 장관-울포위츠 부장관-도브 자카임 차관이 이라크 전쟁수행의 직속 명령체계였다. 도브 자카임은 1985년 레이건 행정부시절 국방부에서 예산을 담당한 국방예산전문가다. 2000년 대통령선거 때에 곤돌리사 라이스와 함께 조지 부시 후보의 외교와 안보관련 정책을 만들었다.

그는 폴란드에서 미국 뉴욕으로 이민 온 유대인의 아들이다. 1951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나서 컬럼비아대학을 졸업했으며 옥스퍼드대학에 유학하여 경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1973년 뉴욕에서 랍비가 된 독실한 유대교도이다.
국방대학, 예시바대학과 콜롬비아대학 등에서 교수를 역임했다. 아버지가 ‘메나햄 베긴’ 이스라엘총리와 절친한 친구다. 때문에 이스라엘과 미국과의 관계에서 오해를 사기도 했다. 1990년대 이스라엘이 신예전투기를 자체 생산하는데 미국이 예산을 지원하는 것을 반대했고, 사우디아라비아에 F-15 전투기를 판매하는 데 깊이 관여해 이스라엘로부터 반역자로 불리기도 했다. 그 후로 국방부와 백악관에서 네오콘들과 행동을 함께 했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대선전에서 외교문제가 판세에 영향을 주지는 못하지만 양 후보 간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이유로 외교정책 역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동안 보이지 않게 롬니의 ‘외교. 안보’정책을 자문해 온 전문가들이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이라크 전쟁이 잘못된 전쟁으로 판명 난 2006년 이후 입산수도 하듯이 몸을 감추었던 초강경 네오콘들이다. 유태계 거부들을 이끌고 롬니의 이스라엘 방문을 수행한 ‘댄 새너’에 이어서 백악관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예약한 도브 자카임이 모습을 드러냈다. 레이건, 조지 부시 행정부때의 도브 자카임 역할을 들추어 보면 롬니의 외교 전략이 눈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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