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구를 생명의 행성으로

2012-10-1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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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인간은 고립이 아니라 상호협력을 통해 삶을 보존하고 발전시켜 생태계 최고 지위, 즉 만물의 영장으로 진화했다. 인류가 지구행성에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는 분쟁과 갈등을 이제 그만 멈추고 너도 살고 나도 사는 상생으로 서로 협력해야 한다. 생태환경과도 친화,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야 하는 것은 진리다.

이 시대 한국의 지성인 15인이 상생과 공존에 관한 이야기를 소재로 그려낸 ‘좋은 일이 나에게도 좋은 일입니다’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의 내용 중 생명공학자 최재천씨와 생태건축가 이운하씨의 글을 흥미롭게 읽어 지면에 간단히 요약 소개한다.
최재천씨는 상상속에 개미와 인간의 장례식 두 곳을 다녀왔다. 개미의 장례식장은 그동안 공존공생하며 서로 잘 지내온 수많은 생물들이 찾아와 개미가 없는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며 그 애도행렬이 끝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길게 늘어섰다.
반면, 썰렁한 인간의 장례식장에는 얼마간 인간의 덕 좀 봤다는 바퀴벌레가 앞으로 살아갈 일을 염려하며 잠깐 다녀갔을 뿐, 간간이 이, 벼룩, 빈대들이 와서 봉투만 던져주고 사라졌다고 한다. 오히려 생물들은 이제 인간의 지구독재 시대가 사라졌다며 평화를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필자는 이런 풍경을 상상하며 오랜 세월 어우러짐(공생)의 지혜로 살아왔던 인간이 어리석게도 갈수록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며 공생의 회복과 실천을 촉구한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의 생존자체를 결정하는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한다.

이운하씨는 인간이 건물 한 채만큼의 공간을 이 지구 위에 들여놓으면 다른 생물들의 공간을 그만큼 점령한다는 애틋한 마음으로 공간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마구잡이식이 아니라 자연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고려된 건축방식의 형태로 분석, 연구해서 공간이 메워져야 된다는 주장이다. 이를 테면 어느 공터에 건물을 들일 때에는 땅속에 이미 살고 있는 토양생태계를 배려해 줘야 하며 대지위의 바람과 햇빛과도 이야기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자연생태계를 파괴할 만큼 지구를 훼손하고 자연은 가뭄, 홍수, 지진 등으로 인간사회에 이를 보복한다. 우리는 현재 이러한 악순환의 구조속에 살고 있다. 지구촌에서 자연을 사랑하고 서로가 공존해야 할 인간들이 파괴와 분쟁을 일삼고 전쟁을 마다않는 못된 행태를 이들은 은유법을 써서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지구촌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인간과 자연, 나라와 나라, 다민족 사이에서 상생과 공존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깨우쳐주는 글들이다. 멈출 줄 모르는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에 의해 지구가 병들고 피로 물드는 이 시대에 우리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사안인 것 같다.

인간의 잘난 두뇌로 이루어낸 현대문명의 공해로 지구가 점점 오염되고 국가나 민족간에 종교나 이데올로기, 경제적 이해관계 혹은 문화적인 오해로 인한 마찰이나 충돌 등으로 금방 전쟁이나 내전, 폭동이라도 터질 듯 지구촌이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인간이 영원한 안식처인 지구에서 이처럼 이기주의적인 삶을 영위하면서 어리석게 살 것인가. 이제라도 개개인이 상생과 공존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

지구촌이 아무리 공해와 피로 물든다 할지라도 우리들 각자가 멈추지 않고 조그마한 마음, 마음을 모아 큰 힘을 만든다면 지구촌의 안녕을 위해 우리 모두 평화와 선의 길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태양빛 가운데 조그마한 어둠은 오직 그림자 한 자락을 만들 뿐이다. 하지만 칠흙같은 어둠속에 진실함이 담긴 하나의 촛불은 어둠을 환히 밝히고 갈 길을 밝혀주는 등대가 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인류가 살고 있는 지구촌이 공존과 질서, 화해의 물결로 넘실거리고 평화의 땅으로 변모할 수 있는 희망의 상징이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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