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호스피스와 죽음 교육

2012-10-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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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자(호스피스 상담인)
10월2일자 신문에서 이승은 양의 기사를 읽고, 이 심각한 명제를 절감한다. 먼저 승은 양 가족의 현재 심정을 생각하니 참으로 안타깝다. 이는 이승은 양 가족만의 일이 아니며, 한인 모두가 ‘완화의료와 호스피스’에 대한 올바른 정보에 관심을 가져야겠다.

가족 중에 불치의 병이나 급성 만성병으로 병원 입원 시에는 반드시 환자 결정을 대신 할 수 있는 사람을 Health Proxy로 정하여서 이승은 양 경우처럼 가족들이 의료수혜 결정에서 제외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미국 내에서 한인 환자가 한국에 있는 사람과 같은 질병과 적절한 의료 행위를 받는다 하더라도 미국 현재 실행 의료 체제와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한국식 문화적, 법적 체제가 한국인 환자 가족에게는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이승은 양의 완화의료(Palliative care)와 호스피스(Hospice care)가 한국과 미국에서 행해지고 있지만, 환자와 환자 가족에 대한 법적 범위와 책임과 권리의 차이로 가슴 아픈 일이 발생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사후장기 기증도 미국은 18세 이상의 성인일 때는 장기 기증과 의료 수혜 결정을 본인이 결정할 수 있으나, 한국은 본인만 장기기증을 결정해서는 안 되고 가족들 동의가 꼭 필요하다.


특히 미국은 개인 의료 기록이나 의료 수혜 정보 보호가 철저하여, 가족이라 해도 Health Proxy로 서류화되어 있지 않으면 사랑하는 내 가족의 의료 수혜 범위를 결정할 수가 없으며, 때로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야 하는 경우, 그 환자와 가족들이 받는 아픔을 단순히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완화의료(Palliative care)와 호스피스(Hospice care)일선에서 일해 온 사람과 직접 불치병 말기 환자 간병인(Care giver)을 해본 가족만이 느끼는 위기와 고통이다.

지난달 필자가 출간한 ‘호스피스’에 관한 책에 설명하고 있는 내용의 일부를 한인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건강을 지키는 일에서 예방은 치료보다 낫다고 알고 교육해 왔고, 근대에 이르러서는 웰빙(Well-being) 바람으로 한동안 우리를 신선하게 움직여 주었다.

이에 더하여 웰다잉(Well-dying)이라는 진지한 발전에 다달았다. 자신의 일상생활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명제와 교육이 이제는 편안하고 품위 있는 생을 마감하기 위한 ‘죽음의 권리’까지 생각하며 교육 과정에 포함하고 있다. 어린 아이에서 노인까지 그들의 나이와 사회적 배경에 따라 죽음 교육을 하고 있는 이 나라에 살면서, 전문 단체의 시스템과 직접 부딪치면서 호스피스 저서와 커뮤니티에 호스피스 홍보를 결심하게 되었다.

이민 와서 언어, 문화, 사회, 법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적응하며 살아온 우리가 우리 개개인의 생애 마지막에 이르러 이 미국사회의 시스템에 미국인들이 만든 의료법과 환자와 가족 권리에 그대로 대입하기란 너무 가혹하다고 믿게 되었다. 이것이 내가 완화의료와 호스피스에 대한 리서치를 시작하게 된 동기였다.

우리가 이 땅에 사는 한 미국법과 사회 체제를 존중함과 동시에 미국인 가족 시스템과 문화가 다른 우리 한인들의 권리도 우리 자신들이 정립해 나가야 한다. 우리가 감정만이 아니라 이제는 정당한 방법으로 우리 부모님과 우리 자신과 소중한 가족을 위해 준비해야 할 필연적인 것이 바로 호스피스에 대한 교육이고 한인은 우리 손으로 호스피스 보살핌을 해줄 수 있는 단체 설립이 시급함을 호소하는 바이다.

우선 중병으로 진단 받은 장기 환자와 말기 환자가 자신이 받고자 하는 의료 행위와 수혜 범위와 한계를 자신이 의사결정이 가능한 한 미리 정할 수 있고, 환자 자신이 판단 능력이 불가능할 때를 대비하여 ‘사전 의료 결정 지시서’ ‘Health Proxy’ ‘의료 결정 대리인’ ‘Power of Attorney, 법적 대리인’ ‘Living wil’ ‘will’ 등을 준비할 것을 강조한다.

이승은 양 가족의 기사를 읽고 또 읽었다. 문득 2년 전에 어머니의 암 치료를 위해 노스 쇼어 병원에서 밤을 지새우던 때를 기억하며, 젖은 내 마음은 승은 양에게 달려가고 있다. 독자들도 이승은 양과 그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리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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