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신감이 꽃피운 문화강국

2012-10-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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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한국의 5,000년 역사는 인근 국가들로부터의 침략과 수탈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결과 한민족은 하루도 편할 날이 없이 주변 청나라와 명나라, 일본 등으로부터 숱한 압박과 설움을 겪으며 살아왔다. 그로 인해 한국은 오랫동안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질곡의 세월을 보내왔다.

1960년대 한국의 경제는 극심한 보릿고개로 춘궁기를 넘기지 못해 굶어죽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가난했다. 당시 나라는 넓디넓은 세계를 향해 웅비한다는 생각은 꿈도 꾸지 못했다. 국민들도 모두 자신감을 잃어버린 채 주눅이 들어 산 것이 사실이다.
그런 국민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것은 박정희 정권 시절 잘 살아보자며 무에서 유를 창조한 새마을 운동이었다. 이 당시 국민들은 모두 하면 된다,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총화단결, 오늘의 문화, 경제강국을 이룩하는 터전을 마련했다. 기껏해야 방직공장과 미국에서 받은 구호물자가 고작이던 상황에서 기간산업의 육성으로 수출진력을 꾀하면서 점차 경공업에서 중공업에 이르는 발전을 가져왔다. 이제는 최첨단 전자산업의 발달로 세계 제10위권에 드는 경제강국이 되었다.

세계 어느 곳을 가도 지금은 한국상품이 없는 곳이 없고 한국인이 발 닿는 곳은 모두 개발되지 않은 나라가 없을 정도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쌩쌩 달리고 있는 현대나 대우차, 날개 돋치듯 팔리고 있는 삼성이나 LG산 TV, 셀폰, 스마트폰 등이 한국인의 탁월한 능력과 실력을 한껏 과시하고 있다.


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나 김용 세계은행 총재를 비롯, 미 백악관에 진출해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10여명의 미국계 한국인, 오는 선거를 앞두고 미연방의회에 도전장을 낸 17명의 한인들, 그 외 세계 정상에 오른 한국의 각계 스포츠 선수들 및 영화, 드라마, K-POP으로 한류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연예인들, 런던 올림픽에서 세계 종합5위의 성적을 기록한 자랑스런 한국인들, 소녀시대, 원더걸스 외 최근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가수 싸이의 놀랄 만한 현상 등은 한국인특유의 뛰어난 DNA의 표상이다. 반만년의 거친 풍랑 속에서도 쓰러지지 않고 버텨온 한민족 고유의 문화, 역사의 소산이며. 그동안 짓눌려 있던 자신감의 표출이다.

몇해 전까지만 해도 한국이 어디냐고 물어보던 외국인들이 이제는 한국의 역사와 전통, 한국어, 음식과 춤 등을 연구하고 답습하겠다며 너도 나도 한국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대단하다. 국가마다 문화를 장려하고, 커뮤니티들이 퍼레이드 같은 문화행사에 관심과 참여를 촉구하며 개인별로 문화 예술 활동에 힘을 기울이는 것은 자긍심과 자신감의 상징인 문화의 힘이 그 국가나 집단의 경제 부흥과 위상정립에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이제 세계를 제패하는 힘은 무력이 아니라 문화의 힘이다. 세계올림픽 때마다 개최국들이 개막식때 자국의 문화를 총동원하여 자국이 문화강국임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것만 보아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미국의 저명한 문화론자 사무엘 헌팅턴의 저서 ‘문화가 중요하다’에서 보면 1960년대 아프리카 가나와 사정이 대단히 비슷했던 한국의 경제는 당시 GNP(1인당 국민소득) 60달러 수준이었다. 그러나 2008년도를 기준으로 한국은 가나와 15배 차이가 날 정도로 성장했다. 가나는 1320달러 정도인데 반해 한국은 거의 2만달러 수준이었다. 그것은 바로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잘 살아보겠다는 강한 의욕과 자신감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이다.

이제 한국은 야심찬 문화의 동력으로 세계속에 무역 1조달러, 세계 9위에 이르는 무역강국, GE20 정상국가가 되어 이제는 세계 최초로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급변했다. 반만년의 찬란한 문화 역사에도 불구하고 슬픔과 눈물로 통한의 세월을 보내왔던 5,000만 한민족의 아픔을 말끔히 씻어내려 주는 듯 한국인의 자신감이 여한 없이 발휘되는 시대, 참으로 살맛나는 세상이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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