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0.4선언 이행은 시대적 요구

2012-10-0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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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영(전 언론인)

역사적 경험은 6.15와 10.4선언 실천만이 남북문제를 풀고 민족이 상생하는 열쇠이자 지름길 이라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제18대 대통령에 출마한 야당후보들은 6.15, 10.4이행과 통일추구를 정책목표로 공약하는 등 이 땅의 상식을 가진 정치지도자들은 한사람같이 남북평화 협력과 통일을 말하고 있다. 안팎의 환경과 정세가 이러함에도 현 정부는 외세의존과 대결정책을 고수하고 있고 이로 인해 얼어붙은 남북관계는 한치 앞이 안보이게 꼬여 있다.

지난 8월말 한미합동군사 훈련이 끝났는데도 서해분쟁수역 하늘과 바다에서는 공중공격과 함포사격훈련 등 무력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북은 전면전 경고로 위협하고 있어 전쟁위험은 가시지 않고 있다. 분단과 대결로 인해 그동안 민족이 겪은 상처와 고통은 깊고도 크다.


지난 1967년 박정희 정권하 남북 극한대결 시절 동해에서 경호함 당진호가 어로지도과정에서 북한해역에 잘못 진입. 해안포의 집중 사격을 받아 격침되고 장병 39명이 전사했는가 하면 서해에서의 천안함 침몰 46명 희생은 지금도 남북 적대의 중심쟁점이다.

전두환 정권말기 대한항공 여객기가 공중폭파 되어 100여명 중동파견 근로자들이 산화하는 참극이 일어났고 유신암흑시대 벌어진 비인간적 고문, 의문사, 수많은 간첩조작사건들 그리고 인혁당의 비극도 분단 모순이 불러온 민족의 아픔이었다. 통일을 지향하는 대중적 저항과 반통일 세력의 탄압으로 인한 희생을 거치면서 역사는 전진하였고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정세는 완화되었다. 남과 북은 협력하였고 통일의 서광도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역사는 반전되었고 옛 대결 시대로 되돌아갔다. 해마다 되풀이되어온 한미합동군사훈련은 그 규모를 늘려갔는데 최근의 을지프리덤 가디언 훈련은 사상최대였고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 훈련이 한창일 때 북의 김정은이 최전방 포병부대를 찾아 “적탄 한발이라도 영해에 떨어지면 곧 바로 통일을 위한 전면전으로 확산하라”고 명령한 것이다. 지금 서해는 첨단무기가 대치하는 화약고로 되어가고 있다.

지난 2007년 노무현 정부는 6.15정신을 계승하고 추동하는 10.4선언을 남북정상간 합의로 채택하였고 전쟁방지를 위한 구체적 실천방안들을 제기, 북과 합의아래 마련하였는데 그중에서도 ‘서해특별지대설치안’은 전쟁방지를 위해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방안으로 선견지명이 돋보이는 아이디어였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지금 국제적 관심의 중심에 와 있는 나진 선봉지구 개발계획에 한국이 참여하게 된다면 한계에 이르러 침체하고 있는 한국경제에도 숨통이 열리고 제2의 도약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겨울에도 얼지 않는 나진과 선봉항은 중국동북지방과 러시아가 동해와 태평양으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한다는 천혜의 지경학적 조건을 갖춘 양항. 중국의 자본과 러시아의 자원 그리고 북한의 노동력이 결합하여 동북아의 물류중심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제2의 홍콩 · 싱가폴로 발전될 것이라고 한다. 협력하면 남북이 함께 번영하게 되는 황금의 기회가 열리는 것이다. 대결하면 망하고 화해하고 협력해야 민족이 살고 통일의 길도 열린다고 역사는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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