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니팡을 아십니까

2012-10-0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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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찬 (부국장대우/경제팀장)

스마트폰의 한계는 어디일까. 스마트폰은 그동안 전화와 정보 검색, 음악, 팟캐스트, 유투브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돼 왔지만 최근에는 게임도구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다름아닌 ‘애니팡(Ani Pang)’ 때문이다. 이 애니팡은 출시된 지 2개월밖에 안되지만 입에서 입으로 퍼지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애니팡은 무척 간단하고 쉬운 게임이다. 5개의 동물들이 가로와 세로 각 7칸씩 있는 공간에 있고, 1분이라는 짧은 시간내에 같은 동물을 3개 이상 조합해 점수를 올리는 퍼즐 게임이다.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는 애니팡이 이처럼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것은 무엇보다 간단한 게임성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짧은 플레이 타임으로 긴 시간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즐기면서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 카카오톡과의 연동으로 아주 쉽고 자연스럽게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일 수 있었다는 점,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가장 큰 비결은 소셜 네트웍에서 찾을 수 있다.


이 게임은 카카오톡에 있는 지인들의 점수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자신이 아는 다른 사람들의 점수를 알다보니, 은근히 경쟁심이 생겨, 어떻게 하면 최고 점수를 받을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밤을 새워서라도 열심히 하게 된다는 뜻이다. 심지어 인터넷에는 애니팡 점수를 높이는 각종 방법이나 비법들이 많이 올라있다. 또 친구를 초대할 수 있고, 게임수를 늘릴 수 있는 하트를 주고 받을 수 있다.
덕분에 한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던 오래된 지인들과도 빨간 ‘하트’를 뿅뿅 날리고, 받고 있다. 가족끼리도 하트를 주고 받으며 친분(?)이 돈독해졌다고 자랑하는 사람도 있다.

애니팡은 현재 ‘국민 게임’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애니팡을 만든 선데이토즈는 1일 애니팡이 출시 2개월만에 일일 사용자 1,0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일일 사용자 1,000만명은 쉽게 말해, 매일 서울시 인구만큼의 사람이 게임을 즐긴다는 의미다. 또 애니팡을 설치한 사람은 1,700만명, 동시 접속자는 200만명을 기록했다.

뉴욕 한인사회에서도 애니팡의 인기는 계속 확산되고 있다. 전혀 게임을 할 것 같지 않았던 지인들이 순위 차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면, 이 게임이 남녀노소를 불문한다는 말이 실감난다. 애니팡은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이어진 소셜네트웍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게 해준 대표적인 사례다.

애니팡을 운영하는 선데이토즈(SundaytoZ)의 수익 모델은 토파즈를 현금으로 구입해 하트를 얻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게임을 통한 수익보다는 회사 브랜드를 홍보하는 차원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애니팡의 성공에 힘입어 캔디팡이나 아이러브커피 등 소셜네트웍을 활용한 게임들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애니팡 열풍을 보면서 앞으로 소셜네트웍(SNS)이 비즈니스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미 많은 소규모 자영업체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을 활용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지만, 한인업체들의 참여는 비교적 적은 편이다.
가끔 한인 비즈니스 운영자와 얘기해보면 (고객들이) 알아서 찾아오는데 굳이 복잡한 소셜네트웍을 이용할 이유가 뭐냐는 식이다. 또 나중에 필요하면 그때 가서 소셜네트웍을 하면 되지 않겠냐는 안일한 생각을 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소셜네트웍은 옆 가게가 세일한다고 같이 세일하는 식으로 하루아침에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초기의 시행착오는 둘째치더라도, 입에서 입으로,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는 이같은 마케팅은 축적된 노하우도 필요하고, 빠르게 변화되는 기술적인 부분까지도 꾸준히 따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불과 10여년전 비교적 큰 규모로 무역도매를 하는 한인과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당시 유행처럼 시작된 전산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굳이 그럴 필요 있냐고, 지금까지 하던대로 해도 먹고사는데 지장없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분은 지금도 그렇게 말할까. 그 당시의 전산화가 지금의 소셜네트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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