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장수(長壽)시대를 산다

2012-10-0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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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뉴저지주의 최고령자 멜바 레드클리프 할머니가 두 주전 111세 5개월 28일을 일기로 별세했다. 그녀는 패터슨 초등학교에서 44년 가르쳤고 69세에 결혼하였다. 학교가 4마일이나 되는데 출퇴근을 걸어서 하였으며 그녀의 측근들은 걷기 습관이 아마 장수의 비결이었을 거라고 말한다.

현재 세계의 최장수자 베시 쿠퍼 할머니도 미국인으로서 조지아주에 사는데 지난 8월 26일이 그녀의 116회 생일이었다. 그녀 역시 특별한 장수의 비결은 없고 날마다 조금씩 걷는 것을 권고한다. 사람을 늙게 하는 것은 나이가 아니다. 80세가 지나도 인생의 수레바퀴를 힘차게 밟는 싱싱한 정신을 가진 노인도 많다. 그런 뜻에서 인간은 자기가 늙었다고 생각하는 만큼 늙는다.


많은 노인들이 그 주름살 그늘 속에 젊음을 간직하고 있다. 사실 대부분의 노인이 자신을 늙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노쇠해가는 피부와 육체 내부에서 그들은 지금도 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늙었다는 증거를 공식처럼 선명하게 말할 수는 없어도 다음과 같은 생각 속에 있다면 늙은 것이 분명하다. 첫째 앞날에 꿈이 안 보인다. 둘째 야심의 불꽃이 꺼져가고 있다. 셋째 일에도 취미생활에도 흥미가 사라지고 있다. 넷째 젊은 사람들과 마주 앉는 것이 싫다. 다섯째 지난날을 많이 생각하며 한숨짓는다. 여섯째 명랑한 시간보다 우울한 때가 더 많다. 일곱째 어쩐지 두렵다. 달력을 보고 싶지 않다. 여덟째 결정 내릴 일, 책임질 일, 피해가 올만한 일은 멀리하고 싶다. 아홉째 걱정 없이 쉽게 살다가 죽었으면 좋겠다. 열째, 십년 계획? 그런 소리 말라. 한 달 계획 정도면 충분하다.

뉴저지 주에서 사업을 하다가 은퇴하고 노스캐롤라이나에 내려간 히치코크(82세)씨는 타국에서 온 80명의 이민자들을 지도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회사 운영의 오랜 경험으로 멋지게 살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는 “은퇴하고 좋아하는 골프나 치며 한가하게 여생을 보낼 생각으로 여기에 왔는데 보람 있는 일들을 발견하여 정말 즐겁다”고 말한다.

10월 2일이 ‘세계 노인의 날’이다. 노인을 아랫목에 모시는 것이 효도가 아니다. 노인은 남은 날이 조금 짧은 뿐 젊은이와 똑같이 활동하는 데서 행복을 찾는다. 70세 이상된 미국인구는 3천만 명이다. 장수시대를 맞아 노인 인구는 점점 늘어간다. 노인을 쇠약하고 무능하고 안락의자에 앉아 졸고 있는 끝난 인생으로 부각시켜서는 안 된다. 의학계와 심리학자들도 “오늘날의 노인들은 대체로 건강하며 상당한 수준으로 일할 수 있고 두뇌활동은 정상이며 경제적 여유까지 있어 쉬기엔 너무 젊고 아깝다”고 말한다.

영국 속담에 “서있는 농부가 앉아있는 왕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이 속담에 맞추어 “서 있는 노인이 앉아있는 청년보다 낫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은퇴란 사회제도 속에 있는 것이며 창조적 인간이 되어 보람있게 살자는 인생관을 갖는다면 은퇴후나 은퇴전이나 별 차이가 있을 수 없다. 백발이 더 윤기있고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각도도 있지 않은가!

인생의 행복은 건강하게 늙는 것이며 인간의 아름다움은 우아하게 늙는 것이다. 연륜이 피부를 주름지게 하지만 그 정신과 영혼까지 주름 잡혀서는 안 된다. 사람을 보기 흉하게 늙게 하는 다섯 가지 독약이 있다. 그것은 걱정과 의심과 두려움과 절망과 불신이다. 사람은 자기의 의심만큼 늙고 소망하는 만큼 젊어진다. 두려워하는 만큼 늙고 자신감만큼 젊어진다. 우아하게 늙는 사람은 무슨 일에나 끼어들려 하지 않고 모든 일에 간섭하려 하지 않는다. 입을 열 때와 다물 때를 슬기롭게 선택하고 같은 말을 반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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