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골든타임과 힐링캠프

2012-09-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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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논설위원)

최근에 종영된 한국 MBC TV 드라마 ‘골든타임(Golden Time)’은 피 튀기며 긴박하게 돌아가는 응급실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다. 골든타임이란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 놓인 한시간을 말한다. 복합골절과 복합장기 손상으로 목숨이 경각에 달린 환자는 그 한시간 내에 치료를 받으면 산다.

이 드라마에 절차나 권위보다 환자의 생명을 우선 하다 다른 의사들한테 왕따 당하는 의사 최인혁(이성민 분)이 나온다. 그는 인턴 이민우(이선균 분)의 멘토가 되어 그의 성장에 도움을 주고 자신의 신념을 위해 두려움과 맞서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책임진다.


물론 이 드라마는 픽션이지만 한국 의료현실을 일부 다루었고 현재 미국의 응급실 실태와는 많이 다르다.주위 사람 중에 늘 몸이 피곤하여 집에만 오면 소금 절인 배추처럼 푹 퍼지는데 담당의사는 ‘좀 쉬라’는 말뿐, 아픈 곳이 없단다. 엑스레이, MRI 검사에서도 왜 몸이 무겁고 아픈지 나오지 않는다. 또 이웃 중에 교통사고로 다치기도 하고 암에 걸렸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리고 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골든타임의 최인혁 교수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이런 의사를 만나면 완치될 것 같다.
그리고 SBS TV의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를 보고서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는 주위사람들이 여럿 있다.

힐링(Healing)이란 단어는 최근 들어 가장 빈번하게 나오며 지친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치유한다는 힐링 콘텐츠가 유행이다. 이 프로그램은 이경규, 김제동, 한혜진의 공동진행으로 연예인을 비롯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나와 살아온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데 작년 7월 18일 첫방송이 나간 이래 매번 화제를 낳고 있다.

요즘 세계인들이 모두 그 이름을 외치는 가수 싸이, 그의 대마초 사건과 파란만장 두 번의 군 복무 이야기를 듣고 사람들은 박장대소했다. 출산한지 100일도 안된 아내와 두 딸을 두고 군대를 가야했던 그는 아무런 원망도 미움도 없이 힘들었던 연예생활을 남들을 웃겨가면서 들려주었다.

그리고 차인표 어록까지 등장한 탤런트 차인표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인생 선택의 메뉴에 없어요. 그냥 살아야 하는 거예요,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 서로 위로하고 의지하고 토닥거리면서 하는 게 인생입니다. 희망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나눔으로써 내인생이 정말 행복해졌기 때문에 그 행복을 나누길 원합니다.”하고 말했다. 그는 기부와 나눔을 전혀 부담주지 않고 자신의 느낌 그대로 사람들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탤런트 신은경편을 본 후배는 말했다.

“목숨 걸고 양악수술을 한 것은 살아온 인생이 너무 힘들어 좀 바꾸고 싶었다, 뇌수종으로 투병중인 아들 때문에 살았다, 앞으로 50부작 한편을 하면 빚을 다 갚을 수 있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 방송 나간 후 50부작 섭외가 들어왔다고 한다. 나라도 그렇게 열심히 살아온 배우 픽업하겠다. 앞으로 그 배우가 나오는 프로는 다 보겠다. 유명인들도 이렇게 우리와 똑같은 고통을 받고 이겨내고 힘들게 사는 구나 싶어 내게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불경기에도 잘 되는 사람은 잘도 성공하는데 왜 자신은 하는 비즈니스마다 안되는 것인지, 그러다 가족관계도 삐걱거리고, 자신의 처지를 툭 터놓고 하소연 할 때도, 믿을 곳도 없다는 한인들이 많다.

사람은 누구나 외롭고 힘들다. 아무리 가진 것이 많아도,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라도 불꺼진 방에 혼자 남겨졌을 때 자신을 돌아보고,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열등감과 후회, 그때 왜 그랬던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미국에 살면서 몸이 아프고 마음이 황폐할 때 언제라도 달려가 믿고 진찰 받고 정신적 치유까지 말끔히 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그 사람은 복 받은 사람이다.

그렇다. 사람 사는데, 몸에 병나면 고쳐주고 마음에 병나면 고쳐주는 그 두가지가 있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우리는 실제로 그런 사람 냄새 가득한 ‘진짜’ 의사가 어딘 가 있을 것 같고,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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