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훈련의 대가가 되라”

2012-09-2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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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목사)

도산 안창호는 민족성 개조운동을 주창하면서 일찍이 이런 말을 했다. “신념은 기적을 낳고 훈련은 천재를 낳는다.” 신념과 훈련을 귀중히 보았던 도산(島山)은 역시 위대한 선각자였다.

런던 올림픽 뜀틀 부문에 출전한 양학선 선수는 160cm의 단신이다 하지만 그는 열악한 신체 한계를 뛰어 넘어 고난도의 기술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양학선 선수가 최고 고난도인 1080도 회전 기술을 선보이게 된 것은 2년 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심판 편파 판정을 받고 나서 결심한 일이다. 그는 1080도 공중회전 기술을 익히기 위해 그동안 수만 번 뜀틀을 넘었다. 과연 훈련의 대가답다.


훈련의 반복은 체화(體化)를 가져온다. 체화란 내재화(immanence)와 같은 말로서, 무수한 반복 훈련을 통하여 몸 안에 깊이 각인되는 현상을 말한다. 음악의 대가는 그냥 무대에 오르지 않는다. 같은 곡을 수천 번 이상 반복 연습하여 체화가 이루어진 후에야 무대에 오른다. 명성있는 운동선수들은 근육의 체화를 위해 매일 수천 번 이상의 연습을 반복한다.

후쿠사이라는 전설적인 화가가 있다. 1800년대 일본의 화단을 대표하는 천재 화가다. 하루는 그의 절친한 친구가 찾아와 수탉 그림 한 장을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때까지 수탉을 한 번도 그려 본 적이 없는 후쿠사이는 친구에게 일주일 만 시간을 달라고 했다.
일주일이 지났다. 그는 한 달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양해를 구했다. 어느덧 두 달의 시간이 지났다. 이번에는 6개월만 더 시간을 달라고 했다. 이제 6개월이 지났다. 그럼에도 그림은 여전히 완성되지 않았고, 이런 식으로 미루면서 3년의 세월이 흘렀다.

3년 째 되는 날에 친구가 찾아왔지만 이번에도 또 약속을 미루려고 했다. 친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분을 터트렸다. “아니 수탉 그림 한 장이 뭐가 그리 까다로운가? 수탉이든 암탉이든 아무거나 좋으니 이 자리에서 한 장 그려주게!“
후쿠사이는 분을 참지 못하고 버티어 서있는 친구를 바라보고 있다가 갑자기 현란한 손놀림으로 순식간에 수탉을 한 장 그려 주었다. 완성된 그림이 얼마나 완전한지 마치 살아 있는 한 마리의 장닭을 보는 것 같았다.

친구는 완성된 그림을 보고 더 화가 치올랐다. “이렇게 순식간에 그릴 수 있는 그림을 왜 3년씩이나 애를 먹이면서 기다리게 만들었느냐”고 따졌다. 그러자 후쿠사이는 아무 말 없이 친구를 화실로 데리고 갔다. 큰 화실의 이즐 앞에는 3년 동안 쉬지 않고 습작한 수탉 그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예술은 변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스위스가 낳은 금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인 탈베르그는 엄격한 연습으로 유명하다. 어느 날 요청받은 대규모 음악회 출연제의를 거절했다. 체화된 최고 수준의 실력을 발휘하려면 적어도 일 년의 연습기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조선왕조 시대에 살았던 김득신(金得臣)이라는 독서광이 그런 사람이다. 평생 쉬지 않고 독서에 매진하여 뒤 늦게 과거에 급제했다. 당신은 리더인가. 탁월한 체화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 쉬지 않고 정진 하는 훈련의 대가가 되라. 훈련은 천재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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