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박(NYU 대학병원 교수, 소화기내과/간 내과 전문의)
30대 중반 남성인 K 모씨는 피로감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 새로 옮긴 직장의 바쁜 업무로 피로가 쌓였을 거라 생각하였지만, 가족의 권유로 병원 문을 두드리게 된 것이다. 진찰을 해본 결과 그는 20년 전 B형간염 바이러스 보균자로 판정을 받았었다.
다른 병력도 없고 복용하는 약도 없는 얼핏 보기에는 평범하고 건강해 보이는 남성이지만, 혈액검사 결과는 간수치인 ALT (SGPT)가 111 IU/L (정상 수치는 30 미만), AST(SGOT) 가 79 IU/L (정상 수치는 30미만), B형간염 항원검사 (HBsAg)는 양성, 핵산증폭검사 (B형간염 DNA 바이러스 PCR) 수치가 140,000 IU/L 로 나왔다. 복부초음파 검사 결과에는 간에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현재 B형간염은 한국인들 사이에서 가장 빈번한 대표적인 간질환이다. 한국인 암 사망률 3위인 간암의 70%이상이 B형간염에 의한 것이라 비춰볼 때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질병임에는 틀림없다.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B형간염 바이러스의 대부분은 B형간염 바이러스를 가진 산모가 출산때 혈액을 통해서 신생아에게 감염시키는 수직감염이다. 소수의 사람들은 혈액수혈, 마약, 성관계, 보균자의 혈흔이 묻은 면도기, 칫솔 등을 같이 사용하여 감염되기도 한다. 그러나 음식이나 물컵 혹은 일반적인 신체 접촉이나 생활로는 감염이 되지 않는다. 산모에서 신생아로 수직 감염된 경우에는 90% 이상이 만성 B형간염 보균자로 지속된다. 그와 반면에 성인이 되었을 때 혈액 혹은 성관계로 감염된 경우 대부분이 급성 B형간염을 않고 80-90%의 환자들이 자연 치유하게 된다.
B형간염은 크게 급성 B형간염과 만성 B형간염으로 나뉜다. 급성 B형간염은 앞에서 말한바와 같이 성인이 되어서 감염된 경우가 대부분이고, 비활동성 보균자가 활동성으로 변환되었을 때나 B형간염 약을 의사의 지시 없이 끊었을 때 생기기도 한다.
성인이 되어 감염이 되었을 시 2-3달의 잠복기가 있으며, 처음에는 피로감, 식욕감퇴, 구토, 감기증세를 보이다가 중기에는 체내에서 B형간염바이러스를 죽이기 위해 급격한 면역 반응을 일으키며, 이때 간세포가 파괴되고 간수치가 > 1000 IU/L 이상 올라가며 황달 증상이 일어난다. 회복기에는 많은 이들이 B형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줄어들면서 간 수치와 황달이 호전된다. 이때 간 수치와 황달 등 간 기능이 제때 호전 되지 않으면 사망할 수도 있기에 급하게 간이식 수술 절실하다.
만성간염은 B형간염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와서 6개월 이상 표면항원검사 (HBsAg)가 양성일 때 진단이 내려진다. B형간염 바이러스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의 일종인 표면항원 (HBsAg) 가 6개월 이상 검출되었을 때는 만성간염으로 진단하며 매년 자연 치유 될 가능성은 1% 미만으로 희박하다.
한인들은 B형간염 바이러스가 수직 감염된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들은 20대 후반과 40대 초반사이에 활동성 간염으로 변화되는 경우가 많다. 만성 간질환은 악화될 때까지 증상이 없기에 오래도록 활동성 B형간염을 방치하면 간경화나 간암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크다.
비활동성 B형간염 환자라도 표면항원이 검출되면서 간수치 (AST, ALT)와 바이러스 핵산 (DNA) 수치가 반복적으로 오르락내리락 하는 경우가 많기에 연 1-2회의 정기적인 검사를 받는 게 중요하다. B형간염 바이러스가 활동성이 되었을 때나 간이 경화(섬유화질) 현상이 일어날 때는 치료를 요구하게 된다. 이와 아울러 의사와 환자의 상호신뢰를 쌓고 꾸준히 만남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