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퍼스트레이디 패션대회

2012-09-1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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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자(의사)

스펙터클한 대규모 정치드라마인 미국의 전당대회가 막을 내렸다. 무대에서 패기가 넘치는 달변의 새로운 얼굴의 젊은 정치연사들은 상대방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저격수로 등장했다. 미대선을 약2개월 앞두고 오바마와 롬니 두 후보사이에는 박빙의 지지율로 불꽃 튀기는 접전이 벌어질 것이다.

전당대회가 끝난 후 미국의 주요 TV 방송 앵커 우먼, 정치해설자들이 전당대회에서 미셸 오바마가 입었던 어깨와 소매를 드러낸 의상들을 입고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퍼스트레이디들이 입은 옷은 바이러스처럼 모든 여성들의 패션감각을 자극시키며 감염되는 모양이다.


플로리다 주 탬파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63살의 앤 롬니는 빨간 드레스의 정장차림이었다. 립스틱과 손톱도 빨간색으로 칠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에서 미셀의 의상은 뛰어난 패션 감각으로 경쟁후보의 부인을 압도했다. 미셸 오바마는 핑크와 주홍빛이 섞인 소매 없는 드레스로 진한 다갈색의 어깨와 단단한 근육의 긴 팔을 노출시켰다. 핑크색 구두는 그리 비싸지 않은 J. Crew를 신었다. 손톱은 세련된 청회색을 칠했다. 유명한 패션 잡지 보그(Vogue) 표지모델로 실리기도 하여 그녀는 패션계의 아이콘이다.

대통령 후보 중 누가 당선되든 미래는 불투명하다. 벼랑 끝에 서 있는 미국 경제와 일자리 창출을 놓고 오바마와 롬니 두 후보의 선거전 공방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다음 임기에는 누가 백악관 안주인이 될까? 대통령이 하드웨어라면 백악관 퍼스트레이디들은 소프트웨어가 아닐까?

만약에 다음임기에 앤 롬니가 퍼스트레이디가 된다면 어떤 패션 열풍을 몰고 올까? 그녀 역시 승부욕이 강하다. 앤 롬니는 아이 다섯을 키우고 손자 18명이 되는 평범한 전업주부가 아니다. 앤 롬니는 승마 마술(Equestrianism)인 말에 탄 사람이 말에게 마치 댄스를 하듯 묘기를 부리고 조정하면서 설치해 놓은 장애물을 뛰어 넘게 하는 곡예와 같이 아찔한 최고급 스포츠인 승마경기를 즐기는 여자다. 그녀는 다발성경화증(Multiple sclerosis)이라는 자가면역 질환을 극복하기 시작한 운동이라지만 억만장자들만이 즐길 수 있는 일반사람들과는 동떨어진 스포츠이다.

앤 롬니의 애마인 ‘라팔카’(Rafalca)와 기수가 미 국가대표로 런던 올림픽에 출전해 화제를 모았었다. ‘앤 롬니의 말이 올림픽에서 춤추다’ 라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그녀는 2003년 독일에서 승마용 말을 구입해 비행기로 실어왔을 때 착륙시 충격으로 뒷다리 인대가 찢어져 치료와 재활에 한동안 매달릴 정도로 말에 대한 집착과 사랑이 대단하다.

앤 롬니가 백악관에 입성한다면 말 안장에 올라타 앉은 그녀의 승마복이 패션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지 않을까? 승마모자와 몸에 짝 달라붙는 바지와 긴 가죽 부츠, 재킷 등 귀족적인 복고풍 승마패션이 유행하지 않을까?

미국의 주요매체들이나 유명백화점이나 패션전문가들은 퍼스트레이디 패션에 주목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다음임기에 재선된다면 미셸 오바마의 개성을 살린 전문직 여성의 능동적인 이미지와 섬세한 여성의 로맨틱한 환상적인 감각을 복합적으로 표현하는 의상이 패션계의 아이콘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미 대통령 선거전은 퍼스트레이디 패션 대회의 무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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