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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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간 (肝)

2012-09-1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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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박(NYU 대학병원 교수/ 소화기내과, 간내과 전문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는 티탄 신족의 하나로서, 그는 인간을 벌하려는 신들에게 반항하여 인간을 지킨 신이다. 그 댓가로 신들의 왕인 제우스의 미움을 받아 카우카소스(Caucaso) 산 꼭대기에 강제로 묶여 매일 독수리로부터 간을 쪼아 먹히는 형벌을 받게 된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이 잘라지고 찢어진 간은 밤사이 다시 원래대로 자라나고 재생 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옛 고대 사람들도 인간의 간이 재생 능력이 있으며 우리의 생명유지를 위해 얼마나 중요한 장기인지를 알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간이 부었다’ 라는 말은 한의학에서 유래된 말로 추진력과 결단력이 너무 지나쳐 무모해 보일때 쓰는 말이다. 우리나라 속담 중에는 간에 관련된 것이 많다. 왜 하필 인체 기관 중에 간 일까? 우리는 대부분 피로할때 간이 안좋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간의 크기와 간 기능의 힘이 항상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도 간이 정신과 생명의 주춧돌이라는 것을 알고 계셨던 것 같다.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장기인 간의 무게는 대략 1.5 kg이다. 간은 횡경막 아래에 위치하며, 우측 복부 위 갈비뼈 안쪽에 있어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보호 받고있다. 간이 평균 크기일 때는 대부분 잘 만져지지 않지만, 간이 붓거나 만성간염 등으로 비대해지면 만져질 수 있다.


간은 해부학적으로 크게 좌엽과 우엽으로 나눌 수가 있으며, 글라이코진 (Glycogen), 지방, 비타민 등 여러 영양분을 저장해 놓고 단백질 효소, 탄수화물 등을 분해 또는 형성하여 에너지 대사 (신진대사)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간은 인체의 각 부분과 장기들이 원활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간은 몸에 들어오는 각종 물질들을 흡수, 대사, 저장하는, 인체에서 가장 복잡하고 다양한 역할을 하는, 화학공장과도 같은 중요한 기관이다. 간은 대부분의 단백질과 알부민, 또한 지혈에 관련된 혈액 응고 인자들이 형성하며 우리 몸에 들어오는 각종 약물이나 알코올, 기타 독성물질을 분해, 해독하여 몸을 보호한다. 또한 간은 면역기능이 있는 장기이다. 외부로 부터 들어오는 해로운 병균을 퇴치하고 관리한다. 그 밖에도 당 대사, 호르몬의 균형을 관리하며 쓸개즙을 만들어 음식의 소화를 돕는다.

하지만 이처럼 중요하고 열심히 일하는 간은 침묵의 장기이다. 간기능이 약 10-20% 정도 떨어질 때까지 피로감 외에 별반 증상이 없다가 그 이후로 부터는 여러가지 간기능 저하 증상들이 나타나게 된다. 만성간염은 증상이 없다고 방치하다가 여러 복합증상이 나타났을때는 이미 간질환이 상당히 진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만성 간 질환이 간경화로 진전이 되었을 때는 간의 재생능력도 떨어져 간절제술이 잘못하면 생명을 위협할수 있다. 이러한 환자들은 해로운 노페물, 약물, 병균으로 부터 보호하는 기능이 떨어지기에 특별히 주의 하여야 한다.

간질환은 40-60대 사이의 한국 남성의 2대 사망원인이다. 한참 사회에서 열심히 일할 나이에 간질환으로 쓰러지고 고생하는 환자들을 볼때마다 조기예방과 관리의 중요성을 새삼 느낀다. 만성 간질환은 의사와 환자의 상호 신뢰 속에서 마라톤을 뛰는 것 처럼 꾸준히 관리하고 치료하는 것만이 극복하는 길이다. 다음주는 만성간질환에 관해 논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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