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과 다른 풍습 때문에

2012-09-1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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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돈(법정통역사)

형사법원에 입건되어오는 한인들 중에 미국에 입국한지 오래되지 않은 사람들이 유달리 많다. 한국과는 생활환경이 다르다보니 아직 이곳 풍습을 아직 터득하지 못해 일어난 사건이 많다. 무비자로 미국을 방문중에 있던 한 50대 중년 한인이 있었다. 하루는 한가한 시간이 있어 친구와 같이 플러싱에 있는 어느 실내 경마장(OTB)에 들렀다가 일어난 일이다.

이날따라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문을 열고 들어갈 수가 없을 정도로 붐비고 있었다. 이래저래 사람들의 틈새를 뚫고 들어가긴 했다. 그런데 문 쪽에 서 있던 한 젊은 여성이 자기에게 다가와서 잔뜩 화가 난 언성으로 삿대질을 하면서 무어라고 항의를 하는 것이었다. 문을 열고 사람들을 밀치며 이쪽으로 들어오는 길에 팔꿈치로 그 여성의 유방을 건드리고 지나왔다고 항의한다는 것이었다. 이 사람이 당연히 고의로 이런 짓을 했을 리는 만무한 일이라고 친구가 통역해 주었다. 하지만 일단 무조건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일은 수습되었다.


이 사람이 며칠 뒤에 다시 한 번 이곳으로 찾아가게 되었다. 이날 역시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별 수 없이 사람들의 틈새를 밀치고 들어가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런지 불과 십 여분이 지났을까 하는 시간에 난데없이 경찰이 들이닥쳐서 이 사람에게 검문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날따라 친구를 동반하지 않아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를 알 길이 없어 어리둥절하고 있었는데 경찰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는 무슨 설명을 하는 것 같았고 결국은 이 사람에게 수갑을 채우고 체포해 갔다. 경찰서에 연행된 다음에야 마침 한인 경찰이 있어서 무슨 영문인지 설명을 들을 수가 있었다.

이 사람이 이 게임 방에 들어가면서 첫날에는 이 젊은 여인의 유방을 고의로 건드리며 들어갔고 며칠이 지난 오늘 또 같은 식으로 사람을 밀치고 들어오면서 여인의 몸통을 고의로 밀어붙였다는 여인의 신고로 불법 성추행혐의로 체포했다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이 여인은 이 게임 방의 문간에서 붐비는 손님을 정리하는 직원이어서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었는데 이 사람이 들어오면서 역시 오늘 또 이 여인을 밀치고 들어온 모양이었다.

여기서 우리가 따져보아야 하는 것은 한인들과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생활 습관의 차이에서 큰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한국인들은 복잡한 거리에서 또는 백화점 같은 붐비는 곳에서 사람들과 부딪히거나 조금정도의 밀치는 일은 당연한 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곳 미국인들의 사고방식으로는 아무리 붐비는 곳이라 하더라도 몸과 몸이 부딪히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으며 부득이 몸이 닿게 되면 큰 실례로 생각하고 이럴 경우 당연히 사과를 하는 것이 이곳의 풍습이다.

최근에 한국에서나 이곳에서도 특히 성문제로 일어나는 사건이 많은 뉴스로 시끄러운 상황이라서 검찰에서도 성 문제에 관련된 사건은 유난히 심각하게 다루고 있다. 이 남성은 입건 재판에서 무비자로 방문한 신분이기 때문에 검찰에 여권을 담보로 맡겨야 한다는 조건과 상당한 보석금을 걸고 보석되었다. 이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는 거의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곳에서 사람들과 부딪치는 일은 특별히 유의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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