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음을 죽이는 자

2012-09-0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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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자유기고가)

지진이나 비행기사고로 죽는 사람들의 많은 수가 실제로 몸의 일부가 망가지기 전에 심장마비로 죽는다고 한다. 그것은 갑작스러운 심장의 정지다. 그것은 어찌보면 사고나 천재지변과 같이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신이 스스로를 죽여가는 경우도 있다.

나는 정기적으로 통증치료팀의 일원으로 양로원에 가서 노인들에게 한의치료를 해드린다. 그들 중에는 이미 불치선고를 받은 분들이 많다. 암이나 파킨슨 병, 면역체제의 이상, 신경계통의 병, 이름모를 병들, 아직도 현대의학으로 치유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


그 분들을 대하다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때가 있다. 미리 포기해 버리는 이들, 그리고 빨리 죽어야 겠다고 거의 매순간 만나는 때마다 하소연 하는 분들. 그들 중 많은 이들의 마음은 이미 죽은 것을 느낀다. 마음이 죽은 이들의 몸은 살아 있어도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한의학에서 가장 중요한 병의 근원은 마음이다. 마음이 병을 만들고 또 병을 치유하기도 한다. 그것은 그저 통상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도 무수히 경험한다. 한의학적 임상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마음은 몸을 이끌어간다. 무엇보다도 가장 강력한 치료제인 우리 몸의 자연치유력은 마음이 살아있을 때 올바로 작용한다. 그 마음이 살아있는 이에게는 외부적인 신적 요소 또한 작용한다. 그 신적 요소, 소위 인간의 눈에는 기적으로 불리는 것도 사람의 마음에 기인한다. 그를 원하고 믿는 마음이 그 기적의 수혜자가 되게 한다. 그 마음은 수많은 기적의 요소중 가장 기본적인 것일 것이다. 종교안에서의 믿음, 그 안의 중요한 요소는 외부적인 신적인 요소를 시인하고 믿는 것이다. 그 믿음자체가 기적의 본질은 아니고, 그 과정과 결과는 각 종교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찌되었든 마음은 그 기적이 자신에게 적용되는 가장 중요한 요소를 구성한다.

결국 자신의 몸과 마음, 영혼을 죽이고 살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자신에게 있다. 그것이 신이 인간에게 주었다는 자유의지 속의 하나의 의미일 것이다. 인간 삶의 궁극적인 것은 신에게 있다는 말도 신의 눈으로 모든 것을 볼 때는 이해 될 수 있는 말이겠으나, 신의 뜻과 계획을 죽을 때까지 온전히 알 길이 없는 인간으로서는 그 모든 것은 인간인 자신에게, 그 마음에, 그 속에 존재하는 믿음과 소망에 달려있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몸과 마음의 병과 괴로움으로 힘든 세상의 형제, 이웃들이 무릇 마음을 지켜 그 아픔과 나아가 몸의 한계도 이겨냈으면 한다. 스스로를 죽이지 말고 인간으로서의 최선을 다하고 절대자의 부름에 임하는 것이 진정한 삶을 살아가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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