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호스피스와 죽음 교육

2012-09-0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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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자(수필가)

온 세기를 통 털어 죽음에 대한 유일한 결론은 없었다. 철학자들과 종교인들이 죽음에 대한 공포를 벗어나게 해보려고 이론을 제시해 보였지만 여전히 죽음에 대한 완전한 경지는 발견할 수 없었다.

삶의 기쁨과 의미를 찾으며 살고자 노력하는 우리 모두는 진정 죽음에 대한 예제 앞에 서있다. 말기 환자들의 마지막 순간을 맞을 때마다 확실한 것은 떠남이며 죽음이 자연의 일부, 우리 인생의 과정임을 깨닫게 된다. 수년전부터 웰빙 시대가 열려서 좋은 음식, 생각, 환경에 대한 교육이 쏟아졌고, 근래에는 웰다잉 문화로 까지 성장하고 있다. 직역을 하면 잘살기와 잘 죽기이다.


몸과 마음과 주변 환경이 늘 건전하고 건강하고 안정되어 있는 이는 삶과 병과 어려움과 죽음까지 이제까지 살아오듯 억지로 끌려가거나 함부로 버리듯이 죽지 않고, 의식주를 준비하던 삶과 같이 죽음도 의연하고 아름답게 맞이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죽음을 통과하게 되는 그때에 전 인생동안 수고하고 노력하고 지켜온 자신의 인격과 아름다움을 존귀하게 지키며 불필요한 고통을 피해 아름답게 마무리 할 수 있도록 교육하여야 할 새로운 시대가 되었다.
선진국에서는 어린아이들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그들에게 적합한 죽음 교육을 학과 과정 또는 사회적 교육제도로 보급하고 있다.

중년쯤이면 지난 인생 여정을 돌아보고, 내게 남은 시간을 의미있게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 자신의 인생을 충분히 사는 것이며, 자신이 원하는 것으로 자신다운 것으로 준비하는 것이 완전한 마침이다.

많은 경우, 말기환자들이 불치진단을 받은 후에도 환자나 가족, 의료진의 현명한 판단을 놓치고 환자에게 지나친 검사와 과도한 치료를 계속 함으로써 환자 자신에게 극심한 고통을 주고, 가족들에게도 무의미한 경제적 손실과 심리적 불안을 연장해주거나 부가 해주는 결과를 만들 때가 많다.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생각과 교육의 연장으로 자신의 때를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은 떠나는 자신이 남은 생의 시간을 소중하게 보낼 수 있고, 남는 이들에게 인생의 귀중함을 나누어 그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선물을 준비하는 일이다.

완화의료와 호스피스 서비스는 불치병의 말기 환자들에게 마지막까지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돌보며 그들이 원하는 환경을 만들어주어 존귀한 죽음을 맞도록 돕는 의료 체계로서 갑작스러운 사고사가 아닌 사람들의 죽음 준비 즉 새로운 죽음 문화이다.

한인사회에도 한인 전담의 호스피스 서비스 설립이 시급하고, 그보다 일반인들을 위한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과 준비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신체적 심리적으로 극심한 고갈 상태에 이르게 되는 중병으로 미국내 의료시설의 혜택을 받을 경우, 일상생활중 언어와 문화 차이에서 오는 고통과 갈등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때야 말로 한인 환자를 한인 봉사자가 보살펴 의료진과 환자 가족들 사이를 이어주고 환자에게 마지막 친구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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