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러기 리더십

2012-09-07 (금)
크게 작게
민병임(논설위원)

“달 밝은 가을밤에 기러기들이 찬서리 맞으면서 어디로들 가나요...... 기러기들이 날아가는 곳, 달아 달아 밝은 달아 너는 알고 있겠지.”
초등학교 음악시간에 이 ‘기러기’ 노래를 엄청 불렀었다. 한국에서 흔히 보던 기러기는 가을밤 먼나라로 날아가는데 그 때는 왜 떼를 지어 일제히 날아가는 지 몰랐다.

그리고 기러기는 한국의 전통 결혼식이나 폐백시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다. 전통혼례 첫 의식으로 신랑은 신부집에 나무로 깎은 기러기 한쌍을 들여가고 웨딩드레스를 입고 한 결혼식은 폐백때 기러기 모형을 놓고 예를 올리기도 했다. 기러기는 짝을 잃으면 결코 다른 짝을 찾지 않고 홀로 지낸다하여 영원한 사랑의 약속을 상징하기 때문이라 한다.


미국에 살며 우리가 익히 듣는 ‘기러기 엄마’와 ‘기러기 아빠’란 단어가 있다. 한국에서 미국, 캐나다로 영어공부를 하러 오거나 조기유학을 위해 떨어져 사는 가족에서 나온 이 신조어는 아이 뒷바라지를 위해 따라온 기러기 엄마, 자식과 아내의 생활비를 벌기위해 한국에서 혼자 살면서 돈을 버는 기러기 아빠, 마치 기러기가 1년에 한두번씩 이동하는 것처럼 가족에게 간다하여 붙여진 것이다. 먹이와 따스한 곳을 찾아 떼를 지어 날아가는 기러기가 리더를 중심으로 커다란 V형자로 일정하게 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톰 워삼(Tom Worsham)의 ‘기러기 이야기’에 의하면 가장 앞에 날아가는 리더의 날개짓은 기류에 양력을 만들어 주어 뒤에 따라오는 기러기가 혼자 날 때마다 71% 정도 쉽게 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이들은 날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울음소리를 내는데 그 울음소리는 앞에서 거센 바람을 가르며 힘들게 날아가는 리더에게 보내는 응원의 소리이다.
기러기는 40,000Km의 머나먼 길을 옆에서 함께 날개짓을 하는 동료를 의지하며 날아간다. 만약 어느 기러기가 총에 맞았거나 아프거나 지쳐서 대열에서 이탈하게 되면 다른 동료 기러기 두 마리도 함께 대열에서 이탈해 지친 동료가 원기를 회복해 다시 날 때까지, 아니면 죽음을 맞을 때까지 옆에서 지켜준다. 이렇게 의리를 지킨 다음 다른 기러기떼와 함께 날면서 자기 떼를 찾아간다.
그런데 이 기러기란 새는 다른 짐승들처럼 한 마리의 대장이 지배하고 그것에 의존하는 사회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 보자.

만약 제일 앞에서 나는 기러기가 지치고 힘들어지면 그 뒤의 기러기가 제일 앞으로 나와 리더의 역할을 한다고 한다. 이렇게 기러기 무리는 서로 순서를 바꾸어 리더의 역할을 하며 길을 찾아 날아간다. 선두의 자리를 계속 교체하며 날아가고 약자는 편대의 중간에 위치하며 묻혀가고 다들 울음소리로 용기를 주고받는다.

과학자들은 이렇게 서로 돕는 지혜와 독특한 비행기술이 없었다면 매일 수백 킬로를 날면서 해마다 수천 킬로를 이동하는 그 비행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이것이 기러기 리더십이다. 최우선 목표를 향해 서로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행동으로 헌신하는 리더, 대장 기러기는 모진 비바람을 가장 많이 받으면서 솔선수범하고 또 무리가 잘 따라오는지, 속도는 적당한 지 계속 살펴보고 적당한 시간과 장소에 쉬게 해주기도 한다.기러기 세계에서는 잘 되는 일이 인간세상에서는 말은 쉬운데 실천하기는 어려운 모양이다.

요즘 9월13일 예비선거를 앞두고 두 한인후보가 같은 지역인 퀸즈 제40지역구 민주당 주하원의원에 출마하여 치열한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주하원의원 선거뿐만 아니라 단체에서도 리더만 일방통행을 하면 최종목표에 도달할 수가 없다. 리더는 회원 모두가 동반자라 생각하며 그들의 성장을 도와야 하고 대화를 통해 함께 가는 길이어야 한다. 서로 믿고 신뢰하며 기쁨과 고통까지 함께 나누어야 한다.

우리는, 더 나은 한인사회, 주류사회에 우뚝 서는 한인사회를 위해서라는 최종목표를 향해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로 양보하고 돌아가면서 리더를 맡는 기러기 리더십을 배울 필요가 있겠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