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가야금

2012-09-0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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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훈(사회1팀 기자)

최근 한국의 인가가수 ‘싸이’가 전 세계를 누비며 독주하고 있다. 그가 내놓은 신작 ‘강남스타일’의 뮤직비디오가 유투브에서 꿈의 조회수 ‘1억회’를 돌파하며 K-POP의 선두주자로 맹위를 떨치며 세계인의 눈과 귀를 붙들고 있는 것이다. 조회수 ‘1억회’는 소위 초특급 팝스타들도 달성하기 힘든 수치여서 해외 주요 언론들은 이런 ‘싸이 현상’을 집중조명하고 있다. 명실상부 한국 대중문화의 강성시대인 듯하다.

몇 해 전부터 소녀시대, 원더걸스, 보아, 샤이니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만큼 수많은 K-POP 스타들이 세계 주류문화로 당차게 뛰어들고 있다. 특히 아시아계 스타에게 인색한 미국대중들이 서서히 빗장을 풀고 있는 모습까지 보인다. 엔터테인먼트계의 많은 평론가들은 ‘한류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입을 모으며 원인분석에 한창이다.


하지만 과연 진정한 ‘한류’가 미 주류 문화에까지 파고 들 수 있을지는 한번 냉정하게 평가해봐야 할 시점이다. 물론 잘 조련된 다수의 K-POP 스타들이 현란한 안무와 화려한 패션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이 그냥 단순한 호기심이나 팬덤이 아니라 ‘한국문화’에 대한 진지한 관심으로 끌어내기 위해서 미국사회에 한국의 문화적 콘텐츠가 얼마나 풍부한지를 살펴봐야 한다.

많은 미국 K-POP 팬들이 한국 아이돌 가수들에게 매료돼 한국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입을 모으지만 정작 그들의 관심을 확장시킬 수 있는 다양한 한국문화가 주변에는 흔하지 않다. 뉴욕만 하더라도 미국인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한국문화는 맨하탄 코리아타운에 즐비한 한식당과 노래방이 대부분이다. 이들에겐 한국문화가 그저 재밌고 역동적이고 화려한 문화일 수는 있지만 진정한 문화의 깊이를 찾을 장소는 많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흔히 미국인들은 한국의 문화를 일본, 중국문화와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하면 일본과 중국에 대해서는 깊은 인상을 갖고 있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하다. 물론 역사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미국사회 안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일본과 중국의 미술, 공연, 음악 등의 풍부한 문화콘텐츠도 큰 이유 중 하나이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해 많은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단순히 한인사회의 이벤트로 그치는 경우도 많은 듯하다. 작고 소박하지만 미국인들의 일상으로 파고 들 수 있는 많은 문화행사들이 자주 기획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링컨센터에서 성대하게 펼치는 전통문화공연도 좋지만 맨하탄 워싱턴 스퀘어 팍 한 구석에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가야금 소리가 K-POP에 열광하던 한 십대 소녀에게 깊은 한국의 정취를 심어 줄 수도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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