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일본이 왜 저러나?

2012-09-0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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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일본은 한국의 보통사람들의 마음속에 영원한 앙숙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식민지 강점 36년 동안 한국인의 재산을 강탈하고 여성들을 성노예화 하는 등 반인륜적인 작태를 밥 먹듯 저지르고도 보상은커녕 진정한 사과 한마디 없기 때문이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한국인의 가슴 저변에 쌓인 응어리는 풀리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한국인은 일본인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온 국민이 똘똘 뭉친다. 지난 런던 올림픽의 축구 동메달경기에서 한국선수들이 사력을 다해 일본을 2대 0으로 격파했을 때 온 국민은 물론 해외 한인들까지 열광하며 후련해했다. 오랜 세월 쌓인 울분이 한방에 날아가 버린 듯 통쾌했다.

요즘 한일간에 극으로 치닫고 있는 독도 영유권 분쟁을 보면 일본 역시 한국을 앙숙으로 보는 모양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의 실효적 지배영토인 독도를 방문했는데 일본열도가 발칵 뒤집혔다.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한일양국 정부가 국제기구에 제소하자고 나서는 등 막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일왕의 방한문제와 관련해 “인륜에 반하는 성노예 만행을 사죄하고 독립투사들에게 일일이 사과할 뜻이 없으면 일본 왕은 한국에 올 생각 말라”고 따끔하게 일침을 가하자 일본의 우익 세력들이 벌떼같이 일어났다. 신과 같은 일본황제에게 망언을 했다며 난리법석이었다.


급기야 한국 드라마 방영중단, 한류연예인 입국 금지, 일본인들의 한국관광 금지, 일본주재 한국 영사 출입거절 등 일련의 보복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차제에 한국과 담을 쌓으려는 듯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겠다는 태도다.
이런 상황에서 미주 한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일본제품을 팔거나 사지 않고 한국산 제품을 애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절실한 것은 미주한인들이 제 목소리를 내는 일이다. 한인들의 투표율을 높이고 커뮤니티의 정치역량을 키우는 일이다. 이스라엘에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미국 내 유대인들이 연방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벌이는 로비활동이 좋은 모델이다. 유대인들의 막강한 영향력에 밀려 미국의 외교 전략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일본이 후안무치한 태도를 버리지 않는 이유는 그 뒤를 밀어주는 미국의 힘을 믿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이 여전히 냉전시대의 일본중시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태평양전쟁에서 승리한 후 일본의 전범들을 철저하게 단죄하지 않은 채 일본이 아시아의 공산화를 저지하는 미국의 교두보라는 전략적 가치에 따라 과거의 적국을 쉽게 동맹국으로 만들었다.

요즘 일본의 정치인들 가운데 상당수가 과거 전범들의 후손이다. 일본 굴지의 대기업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전쟁 당시 한국 등 식민지 국가에서 강제 징발된 노동자와 소위 위안부들을 혹사시킨 장본인들이었다. 전쟁기간 동안 군수산업으로 치부한 이들 재벌은 전후에도 거침없이 성장, 이제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군림하고 있다.
일본은 2차 대전 기간 중에도 아시아 지역에서 무고한 사람들을 수없이 학살했다. 그러고도 일본이 인류역사상 최초로 원자탄 피폭의 제물이 됐다면서 후세들에게 2차 대전의 피해자는 오히려 일본이라고 가르친다. 이 같은 적반하장 식의 교육을 받은 새로운 세대들이 극우세력의 ‘한국 때리기’ 선동에 동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재 일본의 노다 내각이 주변 국가들과 벌이고 있는 영토분쟁 놀음이 국민의 인기를 만회하는 선에서 그칠 것인지, 아니면 또다시 이웃나라를 침략하기 위해 숨겨왔던 발톱을 드러내려는 것인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독도를 1945년 당시 국유재산대장에 이미 등록하고 공시지가까지 산정해 온 일본의 야욕이 최근 그들의 언론을 통해 확실하게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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