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노동절을 앞두고

2012-08-3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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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은(경제팀 차장대우)

올해도 여전히 노동법과 관련된 업주와 직원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이달 초 참석한 한 행사장에서 롱아일랜드 몇몇 업주들의 하소연을 전해 들었다. 올 봄 한 세탁소의 직원 4명은 임금 체불을 이유로 업주를 뉴욕주 노동국에 신고했다. 또 다른 네일 업주도 노동국에 신고가 들어가 변호사와 상담중이라고 했다. 법을 악용하거나 감정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한 네일 업주는 노동국 신고를 빌미로 돈을 요구하는 직원에게 8만달러를 지불했다고 한다.

노동국에 고발하겠다는 직원과 갈등이 불거지자 맞불로 대응하는 경우도 있었다. 해당 직원이 메디케이드 혜택을 불법으로 받고 있다며 뉴욕주 메디케이드 감사국에 업주가 신고를 한 것이다. 결국 업주는 노동국으로부터, 직원은 메디케이드 감사국으로부터 조사를 받게 됐다.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수만달러 이상의 벌금을 피할 수 없다.


뉴욕한인네일협회의 한 관계자는 “동남아인과 중국인 등 과거에는 타민족 직원과 한인 업주간 갈등이 컸지만 요즘은 한인끼리의 분쟁도 잦아졌다”며 “같은 민족이라고 가족처럼 믿고 기록을 소홀히 했다가 벌금을 물어주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신고를 당한 업주들은 한결같이 ‘가족처럼 생각해 믿었다’고 한다. 공사 구분을 제대로 못한 사고방식이다. 한쪽은 ‘가족’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다른 한쪽은 ‘가족이라는 이름의 착취’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오해를 사 감정의 골만 키울 수도 있다. 직원 뿐 아니라 업주들에게도 ‘가족’이라는 단어는 불씨가 될 수 있다. 법을 지켜가며 업소를 운영했지만, 섣불리 믿어서 또는 직원이 꺼려한다는 이유로 페이롤과 출퇴근표의 사인을 받지 않았다가 함정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노동법에 대해 무지한 업주가 많다는 것이 협회 관계자들의 말이다.

위법 행위에 대한 처벌이건, 억울한 입장이 돼버렸건, 업주들의 출혈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화경 변호사는 “직원은 업주의 노동법 위반을, 업주는 직원의 체류 신분과 세금보고 등을 약점으로 맞대응, 갈등이 불거지는 경우가 최근 잦아졌다”며 “노동법 감사가 들어가면 신고한 직원 뿐 아니라 전 직원에 대해 조사를 실시하는 등 규제가 강해지고 있어서 업주에게는 큰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단 법을 지키고, 직원의 기록을 꼼꼼히 챙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노동절 연휴 주말이 앞으로 다가왔다. 1886년 5월1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이 8시간 노동시간 보장을 요구하며 투쟁한 것이 노동절의 유래다. 쌓였던 감정이나 오해가 있다면 서로 풀고, 노고를 헤아려줄 수 있는 연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업주와 직원 모두 서로의 관계와 이해에 대해 되돌아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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