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인의 애국심

2012-08-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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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홍(목사)

삼성과 애플의 법적 싸움에서 삼성이 졌다. 이번에 참여한 일반 배심원들에게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디자인 카피나 기술의 도용 등은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저들에게는 애국심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 싸움은 애플의 마당인 산호세에서 벌어졌다. 삼성맨들이 미국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대든 싸움이었다.

반면 한국의 법정에서는 한국 회사인 삼성이 이겼다. 거기에도 애국심이 있었느냐는 것이다. 이는 판사의 감정과 신념에서 온 판결이었을 게다. 다시 애국심을 찾아보자. 나도 대한민국 국민이었으니까 얼굴에 침 뱉는 일이지만 애국심이 우리에게서 있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 수 밖에 없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뿌리깊이 내려온 사대주의 사상이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 내 것보다는 힘 있는 쪽으로 얼굴이 돌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늘 당하면서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말려들고 꼬임에 넘어간다.


요사이 플러싱 지역에서 일어나는 선거전에 한국인들끼리 단합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조종자들에게 말려들고 있다. 그런 장난에 휘말리는 우리가 부끄러운 일이지 상대를 곤경에 빠뜨리려는 정치놀음 꾼을 탓해서 무엇 하랴!
미국인을 보자. 상대에게 여유롭고 기회를 주고 이해를 잘 하는척 하지만 마지막에 자신의 잇속을 차리는 데는 조금의 양보가 없다. 50개 주가 독립적이면서도 연방이 잘 굴러가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래서 언제 어디에서나 미국은 자기 손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는다.

삼성이 애플을 상대해서 재판을 시작하려면 최소한 저들의 마당인 산호세를 벗어나 다른 주에서 재판을 받을 준비부터 했어야 했다. 팔이 왜 안쪽으로 굽는 이유는 몸에 붙어 있기 때문이다. 자기 물건이 잘 팔려야 자기의 일자리가 늘고, 생활이 윤택할 것이 아닌가? 이제까지 우리는 미국에서 살면서 미국을 모르고 살 때가 많았다. 정신을 차려야 하고 우리도 애국심을 기르고 보여야 한다. 그렇다고 민족주의자가 되자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중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옳은 것은 옳다하고, 아닌 것은 아니요 하는 자리에 서자.

미국인의 애국심은 때론 이기적이기도 하지만 자국의 장래를 보는 눈을 가진 것이다. 우리도 이제부터 눈앞만 보지 말고 먼 내일을 보면서 살자. 그때 진정한 애국심이 나오고 과연 우리가 어떤 자세를 가져야 인정 내지는 존경을 받을 수 있을 지를 알게 될 것이다. 2세들에게도 진정한 애국심을 심고 자라게 하자. 오늘은 손해가 되더라도 내일의 유익을 위해 살자.

조만식 장로의 국산장려운동과 국산품 애용의 외침이 왜 이리 크게 들리고 가슴을 파고드는지 모르겠다. 자기 유익을 위해서라면 나라고 민족이고 다 내동댕이 쳐버리는 현실을 극복하는 길부터 배우자. 다수를 위해 내 자신이 희생하고 손해를 보더라도 감수하는 지혜 있는 민족이 되자. 진정한 애국심은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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