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로이트축제 개막작 타이틀롤 사무엘 윤씨
▶ 주역 하차로 대신 무대에 올라 호평
올해 바이로이트에서 현대극으로 재구성한‘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의 주역으로 열연하는 사무엘 윤(오른쪽).
‘바이로이트 축제의 구원자’
한국인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41)이 바이로이트 축제의 2012년 개막작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에서 공연 4일전 전격교체된 타이틀 롤을 맡아 관객의 폭풍 같은 갈채를 받으며 공연을 성공으로 이끌어 독일 언론의 격찬을 받았다.
바이로이트 축제는 1876년 리하르트 바그너가 자신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공연을 위해 직접 디자인하여 지은 극장에서 매년 여름 열리는 바그너 페스티벌로, 음악인들에게는 꿈의 무대이고, 바그너 애호가들에게는 성지순례이며, 표를 구하는데 수년이 걸린다.
동양인은 주역으로 좀처럼 캐스팅하지 않기로 유명하며, 윤씨를 비롯해 필립 강(강병운), 연광철 등이 꾸준히 무대에 서 왔지만 한국인이 타이틀롤을 맡기는 처음이다.
올해 주최측은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의 주인공 역에 당초 캐스팅됐던 러시아 출신의 바리톤 예브게니 니키틴이 가슴에 나치문양 문신이 있다는 스캔들로 사퇴하자 커버(주요 배역의 성악가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무대에 오르지 못할 때 대신 출연하는 성악가)였던 윤씨를 출연시키기로 했다.
튼튼한 성대를 타고난 헬덴 바리톤(영웅적인 목소리를 가진 바리톤)인 그는 지난 5월 쾰른 국립극장에서 같은 역으로 무대에 올라 호평받았던 ‘준비된 네덜란드인’으로, 올해 바이로이트의 ‘로엔그린’에서 헤어루퍼 역을 맡아 리허설에 한창이던 중 네덜란드인 선장역의 출연 제안을 받았던 것.
페스티벌의 개막을 알리는 가장 중요한 지난 6일의 공연에서 사무엘 윤은 상처받은 감수성과 강인한 남성성을 오가야 하는 고난도의 음악적 변화를 탁월하게 소화해냈다는 평을 받으며 바이로이트의 새로운 주역으로 부상했다.
한편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은 내년 3월 LA오페라에서도 시카고 리릭 오페라 프로덕션의 무대가 예정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