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치가문 대물림

2012-08-1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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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올림픽 남자축구8강전의 경기가 벌어지는 동안 우리 집 거실에는 신생아에서 노년층까지 모두 모여 앉아 손에 땀을 쥐고 소리를 지르며 시청했다. 한인 일세와 이세와 푸른 눈에 금발의 북아일랜드 계 청년. 까지 함께 모인 글로벌 응원단이었다. 태극전사들이 개최국인 영국 팀을 이기고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룰 때 한인들은 함성을 지르며 열광했다.이렇게 재회동포들을 뜨겁게 한 덩어리로 뭉치게 하는 응집력은 무엇일까?이국에서 다민족 속에 섞여 살고 있으나 정체성의 뿌리는 태어난 모국이기 때문이다.

2012년 제18대 한국 대통령 대선에 재외 국민선거 의 역사적인 서막이 오르게 된다 재외국민 유권자의 표밭이 대선 판도를 흔들리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뜨거운 쟁점이 될 수 있다.한국의 서울은 고충빌딩의 숲을 이룬 최첨단의 도시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하지만 정치풍경은 1960-70 년대로 낙후되어있는 취약성을 들어내고 있다.

혈통의 연결고리를 끊지 못하는 친인척을 둘러싼 비리로 얼룩지고 있기 때문이다 1982 년에 나온 영화 가장 위험한 해(The year of Living Dangerously)는 1965년 호주의 젊은 해외 특파원이 첫해의 근무지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특종을 잡으려고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내용이다. 영화의 작품성 보다는 시대배경이 1970 년대 한국에서 유신헌법 과 군사정권의 장기집권으로 학생 민주화 운동으로 시위를 진압하려는 경찰이 쏘아대는 최루탄연기가 자욱했던 서울거리를 떠올리게 하는 배경이다. 네덜란드에서 독립한 인도네시아는 빈곤과 이념갈등, 시민항쟁으로 군사독재 정권과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었다. 그리고 수십 년이 흘렀다.


인도네시아는 피 흘리는 시민항쟁으로 민주화 라는 달콤한 열매를 따먹었을까?2001년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메가와티(Megawati,Sukarno)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는 축포가 터졌다.바로 그녀는 인도네시아를 네덜란드로부터 독립을 쟁취한 건국의 아버지인 초대 대통령인 수카르노(Sukarno)의 맏딸이다. 그녀는 아버지가 21 년간(1945-1967)장기 집권한 후 군사혁명으로 권좌에서 물러난 후 그녀의 성장기를 보낸 대통령 궁으로 재 입성하게 된 것이다. 화려한 부활이었다.대통령 궁에서 공주처럼 자란 그녀가 민주화의 여전 사로 변신한 동기는 이렇다. 그녀는 아버지가 구데타로 실각된 후 불꽃튀기는 민주화 운동에 뛰어든다.

국민들의 머릿속에 우상의 이미지로 각인된 아버지의 후광을 입고 그녀는 확고한 정치기반을 다진다. 그리고 2001년 현직대통령이 부패정권으로 탄핵을 받게 되자 부통령이었던 그녀는 대통령직에 취임하여 2004 년까지 임기를 마친다.21 세기 부녀 간의 대권상속 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기득권세력에 휘둘리면서 그녀에게 열광하며 아버지의 업적의 부활을 꿈꾸었던 국민들의 환상을 깨트렸다. 절대적인 통치권자였던 카리스마가 넘치는 아버지에 대한 벽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인도에서도 아버지의 후광을 입은 딸로 이어지는 부녀 대권 상속. 은 수십 년간 이어지고 있다. 인도의 국부인 네루 (Nehru) 는 초대총리로 역임했다. 그 후 그의 무남독녀 인디라 간디 (Indira )는 1966년에서 1984년 암살될 때까지 총리를 역임했다.

어머니 간디가 살해되자 아들 인 라지브간디 (Rajiv) 가 총리가 되었고 역시 1991년 암살당한다. 지금 암살당한 라지브 총리의 아내는 집권당의 당수 직을 맡고 있다 잇닿은 총격 암살로 피로 물든 비극의 네루 왕조는 인도의 케네디 왕조 라고도 불린다.인도 국민은 네루 왕조에 대한 애정과 미움이 교차하는 애증관계를 가지고 있다.식민지에서 탈피해 우후죽순처럼 탄생한 아시아의 여러 신생국가들은 서둘러 서구의 민주주의를 이식했으나 아시아의 토양에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아시아의 여러 국가들은 지금도 정치 가문 대물림이 진행되고 있다

박민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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