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피스토리우스와 양학선

2012-08-1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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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사람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많다. 그 중의 하나는 사람에겐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의지와 역경을 통해 더 좋은 미래를 꿈꾸어 보는 마음이 있고 그 꿈을 현실화시킨다는 데 있다. 사람과 동물이 태어날 때엔 모두 수동적으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태어난다. 하지만 살아가는 삶 자체에 있어서는 사람과 동물은 하늘과 땅 차이다.

아니, 하늘과 땅 차이가 아니라 아무리 다른 동물이 진화에 진화를 거듭한다 해도 사람처럼은 될 수 없다. 이 같은 사실이 뒷받침되어지는 것이 바로 창조론이다. 창조론은 신, 혹은 조물주가 있어 모든 만물을 만들었다는 데 기인한다. 사람도, 다른 동물도, 우주를 포함한 모든 실체와 비 실체까지도 조물주가 창조한 것이 창조론이다.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다른 동물이 아닌, 사람으로 태어난 진면목을 보여준 한 선수가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6)다. 그는 양쪽 다리에 종아리뼈가 없이 태어났다. 그러니 양쪽 다리가 없다. 장애인 중에서도 1급 장애인에 속한다. 그런 그가 양쪽 다리에 보철 다리를 붙이고 정상인 선수들과 올림픽에서 경쟁했다.
남자 육상 400미터 계주에 국가대표선수로 출전한 그는 지난 4일 런던 올림픽스타디움의 400미터 예선 경기에서 45초44를 기록하며 조 2위로 당당히 준결승에 진출했다. 이날 그는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1차 목표는 완성했다. 이 자리에 섰다는 경험만으로도 내 꿈은 이뤄졌다”며 “든든한 가족의 지원에 늘 고마움을 느낀다”고 전했다.

비록 결승진출엔 실패했지만 그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로 올림픽에서는 반드시 메달을 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장애인인 그가 패럴림픽(장애자올림픽)도 아닌 올림픽에 출전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장애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 준 쾌거였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역경 속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희망과 꿈을 안겨 주었다.

한국 체조 국가대표선수 양학선(20). 찢어질듯 한 가난을 극복하고 한국 역사상 처음(52년만)으로 체조부문에 금메달을 안겨준 선수. 그가 도마부문 결승(7일)에서 그의 신기(神技)같은 묘기를 볼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다행이었다. 10년 묵은 채증이 날아가는 듯 했다. 그는 도마를 잡고 뛰어 오를 때, “나비같이 가벼움을 느꼈다”고 했다.

심판들이 인정한 공중 세 바퀴를 돌며 사뿐히 착지한 양학선. 그는 “금메달을 따면 비닐하우스에 사는 부모님께 번듯한 집을 지어드리고 싶었다”고. 광주 달동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공사장 미장일을 하던 아버지가 몸을 다쳐 어려운 가운데서도 더 가세가 기울자 부모는 비닐하우스를 개조한 현재의 거처로 옮겨 살게 됐다.

양학선은 사람으로서 가질 역량과 끈기와 인내 그리고 사람으로서 개발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 그의 명칭을 딴 그만의 기술 ‘양학선(Yanghakseon)’은 국제체조연맹에서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초고난도(7.4점)의 기술로 인정(도마를 짚고 앞으로 한 바퀴 돈 다음 공중에서 몸을 비틀어 1,080도 3회전 후 착지)돼 등재됐다.

양학선과 그 가정의 앞날은 완전 핑크빛이다. 그의 부모가 비닐하우스에 산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아파트 하나를 주겠다, 또 5억 원의 격려금을 주겠다는 등 각 처에서 그를 돕겠다고 나선다. 한국인의 위상을 전 세계에 떨친 양학선. 그는 가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끈기와 도전으로 세계 정상에 우뚝 선 인간승리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을 피스토리우스와 양학선의 인간승리에서 본다. 역경은 모두에게 온다. 마치 비와 바람이 이 세상 어디에도 내리고 불듯이. 사람으로 태어나 단 한 번도 역경을 겪지 않고 살아간다는 사람은 세상 아무도 없다. 다만, 역경 속에 태어났거나 역경을 맞았을 때 어떻게 해쳐 나가느냐에 따라 인생의 길은 달라질 뿐이다.

목적 없이 존재하는 것은 없다. 하물며 사람이랴. 사람으로 존재하는 것은 다른 것의 존재의미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사람으로의 존재는 지상 최고의 가치를 지닌다. 다만 악의 탈을 쓴 사람들을 제외하곤 말이다. 런던올림픽이 서서히 저물어간다. 올림픽에서 인간한계를 넘어 불굴의 의지와 정신을 보여준 모든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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