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올림픽 순위와 국격

2012-08-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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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찬 (부국장대우/경제팀장)

런던 올림픽 열기가 한창이다. 한인들의 관심도 온통 올림픽에 쏠려있다. 한국 선수들의 승전보에 환호하고, 억울한 오심에 함께 분노한다.
한 분야에서, 금메달을 목표로 땀 흘리는 선수들의 스토리는 감동을 준다. 그나마 축구처럼 인기가 있는 종목과 달리 비인기 종목들의 선수들은 그 강도가 더하다. 1등을 한다는 보장이 없고, 실패할 경우 보상이 없는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묵묵히 그 길을 걸어온 것이다. 운동선수가 아닌 일반인들에게 감정 이입이 되는 부분이 바로 이런 부분이 아닐까 한다.

그나저나 미국에서 올림픽을 보다보면 가장 억울한 느낌이 드는 부분은 올림픽 순위이다. 미국의 메달 순위 집계 방식이 한국과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메달순위 집계방식이 금메달이 우선이고 그다음 은, 동메달 순으로 한다. 그런데 미국은 금, 은, 동메달을 모두 합한 총 메달수를 집계해서 순위를 매기는 방식이다.


6일 오전 11시 현재 순위를 살펴보자.
한국은 세계 4위라고 자랑하고 있지만, 미국내 순위에서는 7위에 머물렀다. 일본(5위)은 금메달이 불과 2개밖에 안되고, 프랑스(6위)는 8개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재미난 것은 북한의 순위이다. 북한은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를 차지하면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동메달 1개를 포함, 총 5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한국식으로 하면 북한은 11위, 일본은 15위이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의 순위에서는 21위이고, 일본은 5위로 껑충 뛴다.

메달 순위에 대한 입장은 극명하게 나뉘어진다. 미국에서는 금메달만 메달이냐, 은메달과 동메달도 그만큼의 가치가 있기 때문에 총 개수로 하는 것이 맞는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금메달 따는 것과 동메달이 같은 것이라면, 굳이 열심히 해서 금메달을 따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한다.

올림픽을 주최하는 IOC는 공식적으로 메달순으로 순위를 정하지 않는다. 전세계의 스포츠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하나되는데 의의가 있기 때문에 순위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타협방안으로 금메달은 3점, 은메달은 2점, 동메달은 1점 등으로 채점하는 방식으로 순위를 정하면 어떨까하는 의견도 있다.

뭐 다 좋은 의견이다. 올림픽이라는 것이 참가하는데 의의가 있다는 말에 공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어차피 자기들 편한대로, 입맛대로 평가하고 순위를 정하는 것 뿐이다. 그런데 가끔 한국의 메달 순위에 대한 집착이 불편하다는 입장도 있다. 마치 메달 순위가 높아지면 국가의 위상이나 품격이 같이 올라가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이번 개막식에서 영국이 보여준 문화에 대한 자긍심, 유도와 펜싱에서 드러난 스포츠 외교력, 배드민턴에서 나타난 스포츠맨십 논란을 지켜보면서 한국의 국격은 어디까지 와 있는지 돌아보게 됐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오는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 비리, 부정이나 사기 행위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이 되는 의회, 용역들이 파업하는 근로자를 폭행하는 사회, 대법관 후보가 일반인보다 더 많은 범법을 저지르는 나라, 공정방송을 하자는 직원을 해고하는 공영방송 등등. 밖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국격은 별로 아름답지 않다. 국격은 스포츠를 잘한다고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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