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세들의 정체성

2012-08-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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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소아침리치료사

2세 자녀를 가진 부모로서 또 소아심리치료사로서 가장 갈급했던 것은 우리 한인자녀들을 위해 좋은 롤 모델을 찾는 것이었다. 미디어에서 편견적으로 비쳐지는 동양인의 모습은 바로 미국사회가 우리를 보는 눈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더군다나 자아가 형성되지도 않은 어린 나이부터 은근한 차별까지 겪으며 이 나라에서 자라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긍정적 자아상과 자긍심을 형성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은 참으로 비현실적인 일이다. 하지만 자긍심은 인간이 행복하고 충족된 삶을 영위하는 데 정말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일반적으로 자긍심 형성은 세 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첫째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이라고 보는 본인의 인식, 둘째 타인과 나를 비교하여 스스로 생기는 자신에 대한 평가, 마지막 세 번째는 자신이 성취한 것에 근거한 자신에 대한 평가 등으로 만들어 지게 된다. 그러므로 아무리 여러 가지 면에서 타인종보다 우수한 자녀일 지라도 주류사회 아이들과 비교해 외양적으로 문화적으로 현저한 차이를 가지고 있는 우리 2세들은 당연히 자긍심 형성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연구에 따르면 한인 2세중에서 한인으로서의 긍지를 가지며 또 자신이 미국인이라는 이중 정체성을 잘 확립하고 한인 사회와 연결고리를 유지하는 2세들이 그렇지 못한 경우보다 더 나은 자긍심과 정신건강을 가지고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 필자가 권율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그가 미 유명 리얼리티 쇼의 동양인 최초의우승자라서 였다기 보다는, 그 프로를 통해 자신감 있으면서도 겸손한 리더십으로 지금까지 어수룩하게만 비춰지던 미디어에서의 동양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통쾌하게 깨버리는 것을 보면서 부터였다. 또 그에게 흥미를 보이는 미 주요 방송들과의 인터뷰를 좋은 기회로 삼아 미디어의 동양인의 대한 잘못된 조명과 주류사회에서 동양인에 대한 편견을 변호사 출신답게 그 특유의 차분하고 설득력 있는 언변으로 우리를 대변하여 주었다.

그는 인터뷰들을 통해 동양계뿐 아니라 타 인종 미국인으로 부터 따뜻한 공감을 얻어 낼 수 있었다. 필자는 그런 그를 보면서 그간 쌓인 모든 체증이 내려가는 후련함을 느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권율이야말로 우리 자녀들의 진정한 롤 모델이 될 자격이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접했던 성공한 우리 한인 2세들에게서 많은 경우 미 주류사회에 동화를 한 외모만 한국인이라는 느낌을 지우지못할 때가 꽤 있었다. 하지만 이번 2세 들을 위한 컨퍼런스를 준비하며 권율을 직접 대할 기회가 생긴 필자는, 그에게서 자신이 한국계 미국인임을 잘 수용한, 또 한인사회 2세가 처한 어려움을 공감하는 참 인간적이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그의 현 위치에 맞는 대가를 바라지도 않았고, 그의 바쁜 일정을 쪼갠 와중에 날씨로 인한 몇 번의 비행기연착에도 불구하고 약속를 지키기 위해 뉴욕으로 오기 위한 불편함을 마다하지도 않았다.

그는 한미정신건강협회가 우리 2세를 위해 마련한 컨퍼런스에서 그들의 정체성과 자긍심 형성을 돕기 위해, 자신이 동양인 이민자의 자녀로 어떤 차별과 정신적 고통을 겪었는지를 진솔하게 털어 놓았으며, 이 나라에서 동양계 미국인들 현주소와 이 힘든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 지를 자신의 경험을 통하여 실질적인 방법을 제안하였다.

미국사회에서 동양계 미국인에 대한 편견을 변화시키고 우리 2세들에게 비전을 심어주기 위해 애쓰는 권율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고마움과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그는 현재 PBS교육방송의 ‘America Revealed’ 라는 프로그램에서 미디어를 이용해 동양계 미국인에 대한 긍정적인 모습을 심어주고 있다. 오늘도 우리 2세를 위한 진정한 영웅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그를 보며 우리 2세를 향한 희망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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