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궁도의 삶

2012-08-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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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에서의 양궁은 한국의 금메달 텃밭이었다.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도 예외는 아닌듯하다. 지난 29일 런던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열린 여자 양궁 단체전에서 한국 낭자들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금메달의 쾌거를 올렸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도 이들의 기량을 꺾지는 못했다. 88년 올림픽 때부터 양궁 단체전에서 단 한 차례도 금메달을 놓친 일이 없다. 이번이 7번째이다. 양궁에 참여한 40개국 중 11개국의 사령탑이 한국인이며, 남자양궁 4강에 오른 미국, 이태리, 멕시코 팀의 감독이 모두 한국인이다. 이번 여자 양궁 3위를 한 일본팀원 중 한사람도 한국계 일본인이 라고 하니 한국 양궁은 과연 세계적인 양궁 종주국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한국과 4차례의 경기에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중국의 양궁 감독은 “한국의 양궁은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다.”라고 까지 극찬했다.

한국 양궁 팀은 왜 강한가? 고구려 때 중국은 우리나라를 동쪽의 오랑캐라는 동이족(東夷族)이라 불렀다. 이(夷)자는 큰대(大)와 활궁(弓)자가 합성된 두렵다는 뜻으로 동쪽에 사는 큰 활을 가진 무서운 종족이라는 뜻이 된다. 따라서 한민족의 피 속에는 활에 익숙한 유전자 기질이 있다는 해석에 수긍이 간다. 또 한 예(禮)와 덕(德)을 중시했던 이조시대는 활쏘기를 가르쳐 국민 스포츠로 장려하고 명절에는 말 타기와 활쏘기 대회를 개최했다는 기록이다. 활쏘기는 단순히 기술 연마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평소 내면적인 정신과 사상의 정화는 물론 외면적인 행동까지 평생 수덕(修德)을 쌓고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 궁도의 길이기에 활쏘기를 장려했다고 한다.


궁도에는 아홉 가지 계훈(戒訓)이 있다. 인애덕행(仁愛德行/어질고 사랑스런 마음으로 모든 행위를 덕으로 실천하고) 성실겸손(誠實謙遜/모든 일에 성심을 다하고 겸손하게 임하고) 자중절조(自重節操/스스로 무게를 지키고 지조를 잃지 않는다.)예의엄수(禮義嚴守/예의범절을 엄격하게 지키고) 염직과감(廉直果敢/청렴결백하고 과감하게 청렴의 도를 밝힌다.)습사무언(習射無言/연습 할 때는 조용하고 진지하게)정심정기( 正心正己/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한다.)불원승자(不怨勝者/승자에게 원망 말고 승복 할 줄 알고) 막만타궁(莫彎他弓/ 남의 활을 함부로 만지거나 활 솜씨를 비판하지 말 것)등이다. 너무나 아름다운 덕행이다. 이렇게 활 쏘는 자의 마음가짐으로 생활 할 수 있다면 이 보다 더 한 인격의 덕행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한다. 태극 낭자들의 차분하고 늠름한 활 쏘는 모습을 떠올리며...

<서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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