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한 표’의 권리와 의무

2012-08-0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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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훈(사회1팀 기자)

지난달 28일 지구촌의 축제 런던 올림픽이 개막했다. 전 세계인의 이목이 런던으로 모이며 사람들은 가는 곳마다 올림픽 소식으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세계인의 축제를 유독 즐기지 못하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세계 각지의 한국 총영사관 재외선거관리위원회다.

전 세계 163개 재외공관은 지난 7월22일 제 18대 대통령선거를 위한 재외유권자 등록·신고 접수를 일제히 시작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등록이 시작된 지 일주일째인 7월 29일 오후6시까지 각국 공관을 통해 접수된 재외유권자 수는 총 8,246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재외선거권자 추정인원 233만여 명의 0.37%에 불과한 수치이다.


미국 내 공관별 접수율은 훨씬 저조한 상황이다. 일주일 동안 미전역 12곳 공관에서 1,259명의 한인이 신청서를 접수해 0.21%의 등록률을 나타냈다. 특히 뉴욕 일원은 한인 영주권자 37명을 포함해 겨우 164명만이 재외유권자로 등록했다. 이는 0.11%의 등록률로 전 세계 통틀어 최하위권인 수치이다.

재외선관위측은“접수 초기인데다 휴가 시즌에 올림픽 기간까지 겹쳐 관심도가 떨어져 있다”며 “대선인 만큼 시간이 갈수록 등록률이 높아져 지난 총선에 비해 3~4배에 가까운 수치를 보일 것”이라 낙관하고 있지만 내심 한인들의 무관심에 당황하고 있는 눈치다.

지난 4.11 총선 당시 역사상 처음으로 재외국민 투표가 실시됐을 때 700만 해외동포들은 환호성을 보냈다. 재외국민 역시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으로 신성한 한 표의 권리를 행사함으로 권익신장도 함께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당시 선거인 등록수은 예상 재외선거권자의 5.6%인 12만여명에 불과했다. 설상가상으로 그중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5.7%만이 투표에 참가했다.

처음 실시된 재외국민 투표에서 번거로운 등록 절차, 부족한 투표소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 됐었다. 이런 문제점들이 투표율 저조에 큰 영향을 미친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제도개선에 큰 의지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번 대선 재외국민 투표도 지난 총선과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미 한국 정부 측에선 재외국민 투표의 실효성에 대해서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소리도 들려온다.

결국 재외국민들이 힘들게 얻은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위해 스스로 투표참여율을 높이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로 남았다. 투표참여율은 ‘방법의 문제’ 이전에 ‘의지의 문제’ 이다. 투표권이란 민주주의 제도아래 누릴 수 있는 최대의 권리이자 무기이다. 이 권리는 단지‘번거롭고 힘들다’는 이유로 포기하기에는 그 가치나 의미가 중대하다. 권리에는 응당 의무가 따르기 마련이다. 우리가‘한 표’의 권리를 가진 만큼 그 ‘한 표’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을 의무 역시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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