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교회여, 회개하자!

2012-08-0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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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윤실 호루라기

▶ 박문규 학장 <캘리포니아 인터내셔널 대학>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이 대통령과 함께 소망교회 장로를 오래 지낸 크리스천이다. 그에게 뇌물을 준 임석 솔로몬 저축은행 회장 역시 같은 교회 교인이라고 한다. 이 장로가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에 나타날 때 한 피해자가 이 장로의 넥타이를 잡고 “내 돈 돌려달라”고 외쳤는데 이 장로는 “어떻게 저런 사람을 통제하지 못하느냐”고 투덜거렸다고 한다. 이상득 장로가 그 피해자에게 다가가 죄송하다는 사죄의 말을 전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필자는 이 스캔들과 관련 소망교회도 국민과 하나님 앞에서 참회 선언을 하기 바랐다. 어떻게 이 정도 윤리의식을 가진 사람을 장로로 세웠단 말인가? 이명박 장로가 대통령이 된 후 ‘고소영’이라는 유행어가 인구에 회자됐다. 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인맥이 한 자리 한다는 뜻에서다.

소망교회 금융인들의 모임인 소금회가 있고 임석 회장도 그 멤버라고 한다. 이들이 교회를 매개로 형성한 인맥이 부패와 범죄의 고리로 쓰였다면 소망교회가 져야 할 사회적 책임이 적다고는 말할 수 없다. 이승만 대통령 시절에도 정치인들이 드나들던 몇 몇 교회가 정치 모리배들의 소굴이 되어 한국교회를 부정선거에 일조하도록 이끌었는데 이제 한국의 대표적인 대형교회가 또 유사한 역할을 한 것 같아 부끄럽기 짝이 없다.


그러나 어디 회개해야할 교회가 소망교회 뿐이겠는가? 2007년 이명박 장로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거의 모든 한국교회가 얼마나 애를 썼는가? 부정선거로 국회의원 직을 상실했던 그의 전력이나 현대건설 사장 당시 쌓았던 많은 전과기록은 차치하더라도, 아직도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BBK 사건과 다스 회사의 실소유주 문제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도덕성이 이슈가 되었을 때 눈을 감았던 크리스천들은 오늘의 사태에 책임이 없단 말인가?

심지어 어떤 대형교회 목사님은 성직자가 아닌 대통령을 뽑는 것이기 때문에 도덕적 하자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목사님답지 않은 발언까지 했다. 책임은 한국교회에만 있지 않다. 미주 한인교회 목사님들도 이명박 장로 대통령 만들기에 경쟁적으로 참여했다. 어떤 목사님은 후보 부인의 셀폰번호를 안다고 자랑해 우리를 부끄럽게 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한국교회, 특히 대형교회는 집권자의 교회로서 특혜를 즐겼다. 대표적인 예가 서초동 사랑의교회 건축문제다. 그 교회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예배당을 지으면서 공공도로의 지하를 본당으로 사용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설계를 갖고 당국의 건축허가를 받아냈다. 그 교회의 담임 목사님은 환경문제로 많은 사람들이 반대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성령의 흐름에 비교하며 찬성하는 글을 쓰셨던 분이다.

그래서 이명박 정권 시기에 한국 기독교는 집권자, 부유층, 부패세력의 종교로 국민들에게 각인되었고 가난한 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예수께서 가난하게 이 땅에 오셨고, 소외된 자들을 위해 사셨고, 기득권자들에 의해 죽음을 당하셨음을 생각할 때 그리스도의 참모습에서 크게 일탈한 한국교회를 보며 우리는 가슴 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한국교회는 한국의 정치나 사회에 대해 아무 말도 할 자격이 없다. 한국사회 앞에 우리의 비도덕성을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그 사과는 하나님 앞의 회개로 이어져야 한다. 한국교회여! 이상득·이명박 장로를 대신해 회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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