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쉼이 있어야 성장한다

2012-08-0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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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매일 열심히 일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존재와 삶의 의미를 깨닫는다. 그러나 일에 점점 쫓기다 보면 일하기 위해 사는 형국이 돼 점차 자신의 행복을 하나씩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눈만 뜨면 일터로 나가 땀을 흘리는 것이 행복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행복을 포기하기 위한 꼴이다.

프랑스의 신학자이자 철학자인 파스칼은 “인간의 모든 불행은 휴식 할 줄 모르는데서 비롯된다”고 하였다. 물론 우리 중에 일 안하고 마음대로 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은 하되 피곤해서 더 이상 계속하기 어렵다고 생각되는 그 순간, 손을 놓고 쉬어가면서 해야 된다는 말이다.

잠이 올 때는 충분히 잠을 자야 하듯이 쉬어야 할 때는 충분히 쉬어야 한다. 휴식은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근원이자 삶을 발전시키는 에너지원이 되기 때문이다. 존 포드는 “일만 하고 휴식을 모르는 사람은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 같아서 위험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독일의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는 “노동 뒤의 휴식이야 말로 가장 편안하고 순수한 기쁨”이라고 했으며 스코틀랜드 시인 로버트 번즈는 “인생을 완전히 장악하기 위해서는 양자가 다 필수불가결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모두 일과 휴식이 적당히 버물어졌을 때 성공적인 삶을 살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현대인이 공통적으로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시간이 없다’ ‘바쁘다’ 이다. 우리의 삶의 속도는 엄청난 과학기술의 발달로 몇 배가 빨라졌다. 그러나 일의 능률이 향상되고 교통수단이 더 빨라졌는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시간이 모자란다며 쩔쩔맨다. 왜 그럴까?

가속화시대에 절실한 느림의 미학 ‘슬로우’를 쓴 플로리안 오피츠는 독일의 프리랜서 방송 기자이자 영화 제작자로 전형적인 디지털 세계를 살아가는 바쁜 현대인이다. 그는 직업상 늘 새로운 정보를 찾아 다녀야 하기 때문에 시간에 쫓기며 생활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현재의 삶에 회의를 느끼게 됐고, 자기의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됐으며 결국 숨가쁜 생활의 원인을 찾아 긴 여행을 떠난다.

그 여행에서 오피츠는 어떤 기계나 관리로도 시간은 절약할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 자기의 시간부족은 개인문제이며, 그 원인은 효율적으로 시간을 관리하지 못하기 때문임을 깨달았다. 앞만 보고 질주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도 가끔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볼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정신과 의사는 일하지 못해 안달하는 사람들에게 일상을 파괴하는 중독성 있는 습관을 한동안 끊도록 권한다. 때로는 모든 것에서 손을 놓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것이 바로 세상을 멀리 내다보게 해주고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하는 삶의 윤활유라고 설명한다.

나무는 대체로 겨울에 더 많이 성장한다고 한다. 여름내내 성장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여름에는 에너지를 모으는데 집중하고 성장은 문을 닫은 후에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것이다. 쉼은 재생산이나 더 큰 성장을 보장한다. 인간도 동식물과 마찬가지로 쉼이 있어야 계속 성장한다. 휴식이 없으면 정신적, 육체적 질병이 생겨 고통이 따르게 마련이다. 일만 하는 기계에서 벗어나 그냥 존재 자체로의 인간이 되어 보는 것, 그것이 바로 쉼이다. 휴식의 가치는 재생산, 재창조, 재환기의 의미가 있다.

이제 여름 휴가철도 막바지다. 내일을 위해 하던 일에서 벗어나 잠시 쉬어가자. 굳이 먼 곳이 아니라도 집이나 공원, 도서관, 박물관 등에 가서 지친 몸과 마음의 휴식을 취하는 소위 ‘스테이케이션(stay+vacation)’도 좋다. 쉰다거나 여유를 갖는 것은 ‘내 안에 숨은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다. 소크라테스와 헤겔 같은 세기적 현자들이 ‘’한가로운 시간은 지상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재산’이라고 갈파한 사실만 봐도 휴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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