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총기사고와 정신질환

2012-07-2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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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어떤 친구의 일이다. 20여 년 전 그 친구는 가족을 뉴욕에 놔두고 타주에 가 대학원공부를 하면서 호신용으로 권총 두 자루를 구입했다. 그 곳은 범죄 전과만 없으면 총기구입 신청 시부터 15일 내에 신원조회를 거쳐 총기를 살 수 있는 곳이었다. 밤에 나다니기를 좋아했던 친구 왈, “쌍 권총을 차고 다니니 무서울 것이 하나도 없었다”고.

공부를 마친 친구는 총 한 자루는 없앴고 나머지 한 자루는 소지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막 공부를 마친 한 가장으로서의 그는 경제력이 없었다. 갈수록 가정에 불화가 생겼고 급기야 그는 집안에서 총을 발사하는 실수까지 범했다. 총기를 숨기는 걸 그의 작은 아이가 본 후 아버지가 나간 사이 엄마가 똘똘 말아 쓰레기통에 갖다 버렸단다.


지금도 그 부부는 말한다. “만약 그 때 총기를 버리지 않았더라면 20여년 사는 동안 어떤 끔찍한 사고가 집안에서 벌어졌을지 모른다”며 혀를 내두른다. 지난 7월 22일 애틀랜타 로렌스빌 시에서 한인목사 부인이 목사인 남편을 총격 살해한 사건이 벌어졌다. 콜로라도 극장에서 한 대학원생의 무차별 총격사건이 일어난 지 불과 며칠만이다.

숨진 정영근목사와 가까운 한 목사는 “고인은 교계와 사회에서 존경받는 분이었으나 수 년 전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하던 신학교와 교회 문을 닫았다. 그 뒤 다른 일을 하면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아내와 장성한 아들, 딸을 건사하려 했지만 그마저 안됐다. 최근 은행 대출금을 갚지 못해 재산이 압류된 상태였다”며 안타까워했다.

대학교를 우등으로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아주 촉망받는 박사학위 과정의 학생이었던 제임스 홈즈(24). 그가 쏜 총기로 지난 7월19일 밤 12명의 죄 없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58명이 부상당했다. 부상자 중엔 한인 1명이 포함됐고 사망자 중엔 지난 6월 토론토 이튼센터 총기난사 현장에서 살아남은 제시카 거위(24)도 포함돼 있다.

죽을 운명은 피할 수 없는 건가. 제시카 거위가 그런 경우가 아닌 듯싶다. 한 번의 총기사고 위험에서는 살아났으나 또 다시 당한 총기사고에서는 목숨을 잃다니 그의 가족들의 실망함과 좌절됨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번 사고 사망엔 6살 난 아이도 포함돼 있어 그 가족들과 뉴스를 듣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왜 이런 총기사고가 빈번히 일어나며 대책 방법은 없을까. 미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총기사고로 인한 사망자수는 매일 24명에 달한다. 총기오발사고와 총기자살자까지 포함하면 매일 95명이 죽음에 이른다는 통계다. 그러니 총기로 인한 총 사망자수는 매년 4만 여명에 달한다. 이런데도 총기규제는 강 건너 불 보듯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미국 내 끊임없는 총기사고의 원인으로 크게 두 가지로 전문가들을 말한다. 총기소유자유의 헌법보장과 총기사고를 일으키는 사람들의 정신질환에 이유가 있다고 본다. 맞는 말이다. 총기소유를 한 모든 사람들이 총기사고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총기사고를 일으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정신질환자임이 사고 후 분석으로 나타나는 결말이다.

현재 미국 내에는 년간 350만정의 각종 총기들이 합법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생산된 총기는 약 3억정에 달한다. 미국 인구 1인당 1기의 총기소지 가능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미국 내 10가구당 4가구에 해당하는 37%가 총기를 소지하고 있다. 소지자들의 대부분은 시골 사람들로 호신용으로 총기를 소유한다.

총기사고를 일으키는 장본인들의 정신질환은 어제 오늘 분석된 결과가 아니다. 사고 때마다 분석되어지는 범죄자들의 일 면목은 모두 홉사하다. 정신질환이다. 정신질환은 크게 정신증과 신경증으로 나누며 그중 정신증은 정신분열증, 우울장애, 조울증, 신경증은 전환장애, 신체화장애, 공황장애, 강박장애, 인격장애, 자폐증 등이다.

이 중에서 총기사고자들은 대부분 정신분열, 우울, 조울증 소지자들이다. 그들은 철저히 혼자서 행동한다. 혹시 우리 주변에 이런 사람들은 없는지? 호신용으로 개발된 총기. 이제 좀 규제해도 되지 않을까. 그리고 아무리 현대의학이 발달해도 정신질환만은 어찌할 수 없나보다. 극장에서 여자친구와 오빠를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내어던진 맷 맥퀸(27)의 살신성인이 마음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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