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언젠가 처음 만난 미세스 김은 4월께 라카냐다로 이사 갈 예정이었다.
윈도 트리트먼트(window treatment)와 가구 디자인 등을 의논하기 위해 몇 차례의 미팅을 통하면서 미세스 김은 외모에서도 느껴지듯 차분하면서도 시크(chic)한 디자인을 선호하며 본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 특히 이사 시점과 비슷한 여섯 살 딸아이의 생일을 맞으면서 딸아이에게 뭔가 추억이 될 만한 방을 꾸며 주기로 우리는 의견을 모았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아빠 엄마의 방과는 달리 그들의 눈높이와 그들이 흠뻑 취하고 있는 세상을 인정해 주며 함께 동화해 줄때 무한한 행복감을 느낀다.
아름답고 착하고 예쁜 공주의 세상에 빠져 있는 딸을 위해 18세기 프렌치 스타일(French Style)의 가구를 커스텀 제작하면서 빈티지 피니싱을 하기로 하였다. 또한 서랍장에는 딸아이가 요즘 한참 좋아하는 그림 형제의 독일 동화인 라푼젤(Rapunzel)을 데코 페인팅(deco painting) 하여 먼 훗날 어른이 되어서도 딸아이가 여섯 살 무렵의 추억을 간직할 수 있도록… 그 때엔 빈티지룩의 가구가 아닌 진짜 빈티지 가구가 되어 있을 서랍장은 어느 값비싼 보물과도 비길 수 없는 가구가 되어 있을 것이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엄마를 위해 만들어주신 가구라며 딸아이가 또 다시 그의 딸에게도 전해줄 수 있는 가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작하였다.
핑크와 보라가 섞인 듯한(pinky-pupple) 벽 페인트 컬러에 천장엔 푸르른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 있는 듯한 데코 페인팅을 하여 주었고, 밤에 잠자리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면 마치 밤하늘에 별이 떠 있는 듯이 자그마한 야광 별들을 한껏 붙여주었다.
이러한 방의 스타일과 컬러 팔레트(color palette)에 맞춰 선택한 핫 핑크에 빨간 방울이 달린 커튼 패브릭은 처음 보자마자 너무도 사랑스러워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를 쉬어(sheer)커튼 앞에 여러 가지 재미있는 색이 담긴 패브릭을 고리로 하여 데코 패널로 장식해 주었다.
딸아이의 방은 어느덧 동화 속 한 편의 장을 장식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고 그 전에는 항상 아빠 엄마와 함께 잤던 딸아이가 이사와 더불어 혼자 자기 방에서 잔다고 말하는 미세스 김의 얼굴에서 밝은 미소를 보았다. 나 또한 너무도 사랑스럽고 영민한 딸아이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미세스 김이 그때 말했듯이 지금도 여전히 혼자 자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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