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은둔형 외톨이

2012-07-2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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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몇해 전 한국에서 ‘외톨이’라는 영화가 상영된 적이 있다. 친구가 죽은 후 방문을 걸어 잠그면서 부터 마음이 닫히기 시작한 한 소녀의 끔찍하게 진행되는 매일 매일의 삶에 관한 이야기다. 그녀는 방안에 틀어박혀 있으면서 우울증 증세에다 외부와의 소통을 거부하고 가족에게 폭력성 욕설을 퍼부으며 자살을 수차례나 시도하는 등 말할 수 없는 정신적 불안과 살기 어린 말과 행동으로 공포감을 유발한다.

바로 특정 공간에서 나가지 못하거나 나가지 않는 사람, 그러한 현상 모두를 일컫는 일본의 신조어 히키코모리, 한국말로는 일종의 은둔형 외톨이다. 사회가 급속하게 산업화, 다변화, 정보화되면서 모든 일을 하나의 기계에서 단순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파생되고 있는 이 시대 무서운 사회 병리현상이다.

이에 대한 심각성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방관할 경우 엄청난 사건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을 수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일본에서 오랜 기간 사회와 단절돼 살아가던 한 30대 남성이 여자아이를 유괴해 10년 동안이나 집에 가둬 놓았고, 미국이나 한국에도 유사한 사건들이 있어왔다. 이것은 이런 끔찍한 사건들이 결코 먼 나라, 남의 집 이야기가 아님을 말해준다.


최근 콜로라도에서 영화관 총기 난사사건으로 관객 12명을 숨지게 하고 58명을 부상시킨 미국의대생의 충격적인 학살사건도 그가 외톨이었다는 사실에서 외톨이의 선택이 얼마나 광폭하고 극단적인 가를 알 수 있다. 이 사건은 우리 주위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지난 2007년 버지니아공대에서 총기를 난사해 33명을 숨지게 한 한국계 조승희 군의 총기 난사사건도 아직까지 우리의 뇌리에 생생하다.

한국의 경우 한 청소년기관이 최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방에 틀어박혀 컴퓨터만 보며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는 은둔형 외톨이 위험군 고교생의 수가 4만 3,000여명에 이르고 있다 한다. 이들은 오로지 컴퓨터 속에 갇혀 살면서 친구사귀기, 영화보기, 게임즐기기, 음악듣기, 물건사기, 심지어 회사를 창업하는 일까지 하고 있다. 이것은 이제 나라마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명문대학 진학을 바라는 부모의 기대에 따라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지만 마음 문을 닫은 지 오래된 학생들이 점차 생겨난다. 어떤 학생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다 학교를 중퇴하고 방에 틀어박혀 컴퓨터게임에만 몰두한다. 이런 외톨이 청소년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건 그만큼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한국의 한 직장인 취업포탈 사이트가 지난해 직장인 1223명을 대상으로 ‘직장생활 중 자신이 외톨이라고 느낀 적이 있느냐?’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58.3%가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주변에 외톨이인 동료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61.4%가 있다 라고 응답, 외톨이는 직장이나 주변 어디에고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의 사회적 히키코모리 지원자회 아마모토 고헤이교수가 지난해 한국을 방문, 이 문제를 개인의 무능력 차원으로 몰아갈 것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의 문제라는 인식을 강화해 대책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히키코모리의 자가진단 테스트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증후를 제시한다.
가족이나 친구와 대화하기, 식구들과 식사하기, 눈 맞추기, 외출하기, 자신감, 자신의 감정표현, 새로운 시도, 남과 공유하기, 공부, 학교가기 등을 꺼리거나 실수에 대한 공포나 분노감정, 양심의 가책을 못 느끼고 걸핏하면 가족에게 화를 내거나 폭력을 휘두른다, 친구에게서 왕따를 당한 적이 있다. 자살시도 및 자해경험, 혼자 인터넷 게임에 몰두한다, 밤과 낮이 바뀐다 등이다. 이중에서 해당항목이 4개 이상이면 히키코모리 위험이 있으며 8개 이상이면 이미 히키코모리라고 한다. 나와 내 자녀는 문제가 없는가?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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