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해외 택배사 고스란히 떠안아

2012-07-24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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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객이 위반한 탁송물품 과태료

▶ 한국본사 고객택배 볼모 해외지점에 비용 청구

유명 택배체인 C사의 뉴욕 총대리점을 맡고 있는 김모씨는 최근 본사에서 "320여만원의 과태료를 물지 않으면 물건을 계류시키고 뉴욕으로 배송해주지 않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김씨가 한국으로 보낸 택배들 중 일부가 고객들의 허위·오류신고로 인천공항세관에서 과태료를 물게 됐는데, 이를 선납한 C본사가 그 과태료를 김씨에게 전가한 것. 김씨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과태료를 본사에 송금했다.해외의 고객들이 한국으로 보내는 택배 물품의 내역을 허위로 기재할 경우 그 손해가 해외 택배업체에 고스란히 돌아가 업체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택배를 보내는 고객이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세관 통과 시 허위로 제품의 가격을 축소신고하거나, 일부 항목 기재를 누락했다가 적발되면 세금과 과태료가 동시에 부과된다. 세금의 경우 공항세관에서 수취인에게 직접 연락을 해 입금증을 보내면 물품 계류를 풀고 수취인에게 발송을 해주고 있지만, 과태료의 경우 인천공항세관이 통관신고의 주체인 관할 특송업체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과태료의 책임은 통관신고를 잘못한 고객에게 있지만, 배송을 책임지고 있는 택배업체는 우선 세관에서 물건을 통과시켜야 배송을 완료할 수 있기 때문에 과태료를 대납하게 된다.

문제는 고객들의 과태료를 납부한 택배업체본사들이 고객들의 택배를 볼모로 해외 지점에 본사가 납부한 과태료를 메우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대표적인 케이스가 새 제품을 중고 제품인 것처럼 속이거나, 명품 핸드백을 건강식품이라고 허위로 기재하는 것.문제는 택배업체가 통관신고에서 과태료를 대납하더라도, 이미 제품 발송이 끝난 상태에서 그 비용을 고객에게 청구하기 어렵다는 것.


김씨는 "인천공항세관에서 빠르면 1~2개월 뒤, 늦으면 1년여 뒤에 한꺼번에 과태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통관신고 오류가 적발된 시점을 알 수도 없다"며 "이미 물건을 손에 쥔 고객들은 ‘안 내도 그만’이라고 발뺌하고, 본사는 물건을 계류시키고 과태료를 납부할 때까지 보내주지 않으니 사업을 계속하려면 과태료를 해외 각 지점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뉴저지에 해외본사를 두고 있는 다른 유명 택배체인 D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고객실수로 대납하는 과태료가 한 해에 6,000달러~1만달러에 달한다는 이 회사의 국제택배팀 관계자는 "구매대행 업체들의 경우 우리와 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에 대납한 과태료 회수가 가능하지만 개인고객들에게 과태료를 돌려받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업체 관계자들은 근본적으로는 물건을 보내는 사람들의 의식이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체 허위·오류신고의 85%를 차지하는 가격 축소 신고의 경우 택배회사가 일일이 확인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통운의 정해광 사장은 "택배업체 입장에서 과태료를 최대한 줄이려면 처음 고객에게 물건을 받았을 때부터 꼼꼼하게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며 "신상품을 중고품으로 속여 가격을 기재하거나 신상품을 중고품속에 끼여넣어 눈속임을 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고객들의 성실 기재를 당부했다. <임종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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