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휴식이 투자이다

2012-07-2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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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섭(아동문학가/ 목사)

뉴욕에 있는 국제여행연구소(Travel Research International)의 조사에 의하면 도시인 6명 중 1명이 휴가를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그 첫째 이유는 휴가비 걱정 때문이다. 특히 시간당 보수제로 일하는 사람에게서 많이 발견된다. 그러나 휴가를 안 갖는다고 돈이 모여지는 것은 아니다. 메트로폴리턴 보험회사의 조사에 의하면 매년 2-3주간의 휴가를 갖는 사람들이 휴가를 안 갖는 사람들보다 육체와 정신 건강이 좋으며 의료비와 건강 관리비를 고려할 때 금전면에서도 마이너스라는 것이다.

둘째 이유는 ‘일 중독’이다. 일을 안 하면 좀이 쑤시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주말이 되면 따분하고 월요일 아침에 기운이 나는 이상한 족속들이다. 그들은 일과 결혼했다. 일이 그들의 취미이고 오락이다. 일 중독자의 공통점은 정신적 불안이다. 그들은 언제나 쫓긴다.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늘 변명한다. 그들은 규칙생활을 주장하지만 주변 사람에게는 늘 엄격하다. 주말조차 가족과 함께 지내지 못하며 아내와 자주 충돌한다.


휴가를 거부하는 셋째 이유는 경쟁에서의 두려움이다. “실직하지 않을까? 진급에 지장이 있지 않을까? 주변 사람들과의 경제력 과시(집, 가구, 자동차, 주식 등)에서 뒤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에 사로잡혀 있다. 이런 사람들을 Today’s Health지는 이렇게 보고하고 있다. "그들은 가정불화가 잦다. 직장에서 실수를 많이 범한다. 약속을 자주 잊는다. 동료와의 마찰이 많다."
남들과의 경쟁의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혼율도 높다고 한다. 이렇게 생각할 때 쉬지 않는 것은 부지런한 것이 아니라 어리석은 것이며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살을 깎아먹는 것이다.

유나이티드 항공사의 담당 의사 키데라 박사(Dr. Kidera)는 4년에 걸쳐 회사원을 조사했는데 휴가를 충분히 사용하지 않는 사원들이 혈압이 비정상적이고, 신경질환이 많고, 수면 부족, 변비 소화불량과 정신질환이 많았다고 한다. “신이 인간을 창조하실 때 사람은 쉬는 시간에 성장하게끔 만드셨다.”는 생각을 나는 가끔 한다. 정신적 성장이나 남길만한 업적 등은 바쁘게 뛰어다닐 때가 아니라 휴식과 독존(獨存)의 시간에 이루어졌음을 알기 때문이다.

바흐의 웅장한 오르간 음악은 오선지에 바쁘게 기입하는 그 시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가족들이 잠든 밤중에 그가 숲과 언덕을 산책하는 모습을 사람들은 자주 보았다. 사람들은 그를 고독한 사람으로 오해하였다. 고독과 독존은 다르다. 바흐의 음악들은 별을 바라보며 밤과 사귀는 그 시간에 이미 작곡된 것이다.

쉬지 않고 뛰는 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늘만 보고 내일을 보지 못하는 우둔함이다. 우리는 온갖 전쟁을 헤치며 살아왔다. 입시전쟁, 취직전쟁, 태평양전쟁, 한국전쟁, 생존경쟁, 교통지옥까지... 이리저리 부딪치며 달리다보니 신경이 너무 날카로워진 것이 아닌지? 강팍한 성격이 형성된 것이 아닌지? 조급한 인간이 되어버린 것이 아닌지? 나 자신을 그리고 우리 민족을 성찰해 볼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여름휴가는 마라톤 인생을 위하여 꼭 필요한 과정이다. 휴가비용은 버리는 돈이 아니라 나를 위한 투자이고 쉬는 시간은 허비가 아니라 필수적인 요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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