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단순의 힘을 알고 있는가

2012-07-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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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목사)

단순함(simplicity)은 위대한 힘이며 지혜다. 무엇이든지 강력한 것은 단순하다. 소비자의 마음을 끌어 물건을 파는 기업가의 광고문이나, 수 십 만 명의 군사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군대의 메시지는 지극히 단순하다. 생명을 다루는 약품도 설명이 단순하고 명확하다.

끊임없이 팔로어를 설득하고 이끌어가는 리더의 생각과 메시지는 복잡하면 안 된다. 그래야만 21세기형 리더로서 손색이 없다.글을 쓰다 보면 주어진 행간 안에서 글자 수를 엄격하게 지켜야 할 때가 많다. 그런 경우에는 글자 수를 하나하나 계산하며 압축하여 문장을 단순화하게 된다. 때로는 힘들게 쓴 문장을 버리기가 아까워 마음 조릴 때도 있다. 그러나 글이란 보석과 같아서 오래 갈고 닦고 연마하면서 단순화 할수록 표현력도 강화되고 글에서 빛이 난다.


단순화의 작업은 우리가 사는 모든 일에 있어서 매일 매일 보편적으로 필요하다. 사람 사는 이 세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두 종류의 사람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첫째는 통합형이고, 둘째는 분산형이다.

통합형의 사람은 끊임없이 자신의 삶을 가지치기 하며 단순화하는 사람을 말하고, 분산형의 사람이란 삶의 단순화를 이루지 못하고 에너지를 분산시키며 살아가는 낭비적인 사람을 말한다. ‘1초 만에 달라붙는 강력한 메시지를 만드는 비법’이란 책을 쓴 칩 히스와 댄 히스는 이런 말을 했다. “완벽함이란 더 이상 보탤 것이 남아있지 않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완성된다. 성공하고 싶은가? 무자비할 정도로 가지를 쳐내고 중요한 것만 남겨라!” 백번 맞는 말이다.

치열한 게티즈버그 전쟁이 끝난 1863년 11월 어느 날이다. 링컨은 전쟁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행사에 초대받았다. 그 날의 주 연설자는 하버드 대학의 총장을 역임했던 에드워드 에버렛이었고 링컨은 그 다음에 연설하기로 내정되었다. 먼저 강단에 오른 에버렛은 1만 청중을 내려다보며 사자후를 토했는데 장장 두 시간이 넘어서야 강단에서 내려왔다.

이어서 링컨이 조용히 강단에 올랐다. 그의 연설은 “80 하고도 7년 전에...” 이렇게 단순하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5분도 채 안되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지상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라고 끝을 맺었다. 그의 연설문에 사용된 단어는 전부 272개에 불과했고, 놀랍게도 그 안에는 ‘나(I)’라는 단어가 한 자도 안 나왔다. 짧고 단순하고 겸손했다.

링컨이 5분 연설을 마치자 에버렛의 긴 연설을 듣고 수군거리던 군중은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 졌다. 마치 전기에 감전된 듯 전율하는 감동이 그 자리를 휩쓸고 있었다. 링컨은 그 연설 한 마디로 전쟁의 상처로 흩어진 민심을 치유하고 새 희망을 불어 넣어 주었다. 가장 단순하고 짧은 메시지가 미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연설문으로 남게 된 순간이었다.

우리의 삶도 생명력이 살아 꿈틀거리는 것이 되려면 잡다한 것들을 집어 버리고 단순화하는 일을 잘 해야 한다. 극히 절제된 시를 썼던 서정주는 이렇게 말했다. “살아있는 언어는 장황하게 서술하는 행위가 아니다. 글자의 수가 적으면서 사상은 더 큰 것! 이것이 생명 있는 글쓰기의 본체이다.”

당신은 리더인가. 탁월함의 비결은 단순화를 잘 하는데 있다. 위대한 꿈은 포기를 통하여 무르익는다. 스티브 잡스도 ‘단순 경영으로 애플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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