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대선 경선후보인 문재인 상임고문이 경쟁자들이 주장해 온 ‘결선투표제’를 수용키로 함으로써 경선이 한층 흥미롭게 됐다. 결선투표는 1차 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상위 득표자 2명이 결선을 벌이는 제도이다. 경선에서 가장 앞서가는 후보로서는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룰인데도 문 상임고문은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결선투표제가 한 정당의 후보선출 방식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대통령을 선출하는데도 결선투표제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 그것이 국민들의 정치적 의사를 가장 충실히 반영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실시된 프랑스 대선에서 사회당의 프랑스와 올랭드는 28.4%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2위는 현직이었던 사르코지로 27%를 얻었다. 두 사람은 5월 결선에서 다시 맞붙어 올랭드가 당선됐다. 결선투표가 없었더라도 올랭드는 당선됐겠지만 ‘28%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고가야 했을 것이다.
결선투표제를 처음 도입한 나라가 바로 프랑스다. 프랑스가 이 제도를 실시하기 시작한 것은 1958년으로 우파인 드골 정권 시절이었다. 프랑스의 계몽사상가인 루소는 “절대과반수 이상이어야 국민의 의사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는데 과반 당선자를 내기 위한 결선투표제는 이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결선투표제는 정치적인 무관심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투표율과 정치적 관심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결선투표가 없으면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가 당선되기 힘들다고 여긴 유권자들은 투표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 어차피 사표가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결선투표가 있다면 소수의 지지도 결선과정에서의 연대와 타협을 통해 정치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 선진국의 투표율이 날로 낮아지고 있는데도 프랑스의 대선 투표율이 항상 80%를 넘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그래서 결선투표제에는 드골이 만들어 낸 ‘정치명품’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현재 대통령 선출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고 있는 나라는 30개에 육박한다. 또 대선 뿐 아니라 지방선거에서도 결선투표제 실시가 늘고 있다. LA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현 안토니오 비아라이고사 시장은 지난 2005년 선거에서 현직이었던 제임스 한과 결선투표를 치르고서야 당선됐다.
한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를 분석해 보면 왜 결선투표제의 도입이 필요한지 보다 분명해진다. 대통령 직선제가 실시된 지난 1987년 이후 당선자들의 득표율을 살펴보면 노태우 36.64%, 김영삼 41.96%, 김대중 40.27%, 노무현 48.90%, 이명박 48.67%로 단 한명도 50%를 넘지 못했다.
이들이 얻은 표를 전체 유권자수에 대비해 보면 더욱 한심하다. 노태우는 32.96%, 김영삼 34.98%, 김대중 31.98%, 노무현 34.33%였으며 투표율이 극히 낮았던 지난 대선 당선자 이명박은 30.52%에 불과했다.
투표장에 나와 표를 던진 적극적 지지층이 30%에 불과한 대통령들이 전체 국민의 뜻을 앞세우며 이런저런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모습은 대의민주주의의 참뜻과 어딘지 어긋나 보인다.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에 정당성을 부여해 주기 위해서도 결선투표제 도입은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