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타임스스퀘어 아리랑광고에 대한 단상

2012-07-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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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우(사회1팀 기자)

세계의 심장이라 불리는 맨하탄 타임스스퀘어는 하루 약 50만명의 인구가 몰리는 세계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 중 하나다. 그래서일까. 이곳에는 세계 유명기업들이 저마다 휘황찬란한 광고를 걸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세계 유수기업들의 홍보장이 된 이곳을 지나며 한국기업들의 광고를 보고 있노라면 괜히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지난 주 오랜만에 이곳을 방문했다가 아주 반가운 광고를 보게 됐다.

바로 한국의 전통 민요 ‘아리랑’ 영상광고였다. 타임스스퀘어의 가장 큰 전광판인 TSQ광고판에서 상영되고 있는 이번 아리랑 광고는 한국의 유명배우인 차인표씨와 메이저리그 진출로 미국 내에서도 유명한 야구선수 박찬호가 참여해 한국내에서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들리시나요(DO YOU HEAR ME?)’라는 제목의 이 30초짜리 영상광고는 하루 50번, 한 달간 총 1,500회 노출된다. 이번 광고를 기획한 서경덕 성신여대 객원교수는 “중국이 최근 아리랑을 자국 무형유산으로 등재하는 등 ‘문화공정’을 시작했다”며 “이에 맞서 우리 음악인 아리랑을 지키고 세계인들에게 널리 알리고자 광고를 제작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사실 서경덕 교수의 이 같은 광고 기획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수 년 전부터 거금을 들여 맨하탄 타임스스퀘어와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 등에 독도와 동해, 비빔밥에 관한 광고를 꾸준히 게재하고 있다.

그런데 이날 광고를 함께 본 미국인과 이번 영상 광고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광고를 통해 그 본질적인 ‘의도’를 알지 못하겠다”며 “타임스스퀘어에서 광고를 하는 것은 한국인에게 의미가 있을 뿐 다른 사람에게는 별로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월가 시위에 대한 광고를 서울 종로에서 한다고 한국 사람들이 그 의도를 알까”라는 반문을 던지며 “그곳을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광고를 전부보는 것도 아니며 광고를 본다한들 무슨 의도로 광고를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일본과 중국의 역사왜곡과 맞서고 있는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는 이 같은 광고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보이기도 한다.

시민참여센터의 김동석 상임이사는 “독도처럼 한국과 일본간 두나라 만의 문제인 경우에는 오히려 이런 광고가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며 “독도와 관련한 국제사회에서의 활동은 철저하게 국가의 총체적인 전략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타임스스퀘어 광고판을 통한 한국역사 바로잡기 운동이 과연 세계인들의 공감대를 효과적으로 만들어 내고 있는건지 아니면 우리끼리만 뿌듯해하고 스스로 위로받는 자위 이벤트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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