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랑의 묘약

2012-07-0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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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태(시인)

남기려고 하거나 남는 것이 장사인데 사람들은 인생에서 남는 장사를 잘 안한다. 장사를 하다보면 간혹 손해 보는 장사도 있지만 그것은 장사를 잘 못하기 때문이다. 남는 장사를 하려면 우선 좋은 물건을 인심 좋게 듬뿍듬뿍 주어야 한다. 이익을 좀 더 남기려고 아끼려다가는 그 장사, 오히려 손해를 보거나 들어먹기 일쑤다. 무슨 일에 있어서도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 좋은 물건을 기대치 보다 많이 주면 받는 사람은 받는 것만큼의 감동을 준다.

사랑도 상거래 아닌 장사와 같아서 듬뿍 주어야 오히려 돌아오는 것이 많은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받으려고만 하는 이기주의적 사랑은 결국에 가서는 손해를 면치 못하는 장사가 된다. 인생에 있어서의 평생거래란 사랑이다. 사랑에는 무관심이나 공짜가 없다. 처음에는 관심, 다음에는 배려, 그 다음에는 가치의 발견, 그리고 꿈을 주어야 사랑이 된다. 그 사랑은 주어도 듬뿍 주는 쪽이 장사를 잘 하는 쪽이고 결국은 남는 장사를 하게 되는 것이다.

식물학자에 의하면 숲에서는 인체에 이로운 물질이 나온다고 한다.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공해와 인간들의 훼손만 아니면 5백년, 천년은 거뜬히 살 수 있는 성분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좋은 요양원, 특히 폐결핵 환자들이나 암 환자들의 요양원은 깨끗하고 나무들이 울창한 숲속에 있다. 나무에서 나오는 그 좋은 성분 때문이다. 그 성분은 나무들이 조용히 말하는 자연 치료제인 사랑의 묘약인 것이다.


스님들이 목사님들보다 평균 연령이 길다고 하는 것은 절간은 깊은 산 숲속에 자리하고 있고, 교회는 도회지나 마을에 있기 때문이다. 나무들에게서 나오는 약성분이 사랑의 묘약이 되는 것처럼 사랑도 묘약이 된다. 사랑도 사랑 할 때의 그 ‘처음’과 같이 오염되지 않고, 하는 말이 험한 반말이 아니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공대하고, 하루하루가 신선하고 한 결 같이 아름답다면 사랑은 약이 되어 나오고, 그 약은 사람을 행복하게 그리고 오래 살게 해 주는 묘약이 되면서 적어도 자기 수명에 며칠은 더 건강하게 살 수 있게 해 준다.

사랑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쇠를 가지고 칼을 만들면 사람을 상하게 하는 살상무기가 되고, 솥이나 냄비를 만들면 집에서 쓰는 살림살이가 되고, 호미나 삽을 만들면 밭에서 쓰는 농기구가 된다. 재료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그 용도가 달라지듯이 사랑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그 쓰임새가 달라지고 약효가 달라진다.

증기기관차의 발명으로 갑자기 산업이 발달하던 영국 맨체스터지방에서는 사랑의 결핍으로 인한 원인 모른 환자들이 늘어가 산업의 혜택 대신 사람들의 마음과 생활이 오히려 삭막해져 막대한 시정부의 손해를 보았다고 한다. 기계문명이 사랑을 빼앗아 갔기 때문이었다.

사랑은 분명히 창조주로부터 받은 유전자이다. 그러나 창조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의 변형이 얼마나 무서운 병을 만드는지도 인간은 알아야 한다. 변형되기 쉬운 명목상의 사랑이 흔한 세상이다. 작은 햇볕 한 점이라도 무수한 나무들은 나누어 갖지만 그 햇볕은 줄어들지 않는다. 사랑의 본질 또한 그런 자비한 성분을 가지고 있다. 사랑으로 묘약을 만들어 내려는 기쁜 노력, 그 또한 신의 선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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