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군(大君) 수난시대

2012-07-03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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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녕대군. 월산대군. 임해군.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왕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왕이 되지 못했다. 대신 동생이 왕위에 올랐다. 그러니까 동생을 왕으로 둔 조선조의 왕자들이다.

이 중 양녕대군 이야기는 꽤 잘 알려져 있다. 태종의 장남으로 태어나 11살 때 세자로 책봉됐다가 폐세자로 쫓겨난다. 대신 동생 충녕대군이 세자로 책봉된다. 그가 세종 대왕이다.

월산대군은 성종의 형이다. 이 월산대군과 양녕대군은 비슷한 삶을 살았다. 평생 술과 여자에 묻혀 지내온 것이다.


이 월산대군의 사촌 동생이 제안대군이다. 그는 예종의 장자로, 태어나자마자 세자로 책봉된다. 그런 그가 3살 때 아버지 예종이 죽는다. 그 바람에 대권은 엉뚱한 사람에게 돌아간다. 또 다른 사촌형, 다시 말해 월산대군의 동생인 자을산군(성종)이 왕위를 이은 것이다.

이 제안대군의 일생도 술과 여자 속에 탕진된다. 이 비운의 왕세자에 대한 인물평은 사람이 ‘좀 모자란다’는 것이다. 월산대군도 비슷한 세평을 들었다. 양녕대군은 방탕이 지나쳐 광인(狂人)같이 살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임금의 형들은 왜 하나같이 ‘모자란다’는 세평을 들으면서 허랑방탕한 삶을 살아왔을까. 일부의 해석은 이렇다. 똑똑한 척 했다가는 죽을 수 있다. 그래서 해괴한 짓이나 하면서 어리석음을 가장 했다는 것이다.

광해군의 형인 임해군의 라이프스타일은 달랐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역모사건에 연좌돼 죽음을 당한 것이다.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의 근황이 또 다시 보도됐다. 동생 김정은 집권 이후 신변의 위협을 느껴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세계 각지를 유랑하면서 빈털터리로 지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김정일이 사망하자 김정남은 동생에 의해 제거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남은 공개적으로 3대 세습을 비난했다. 그래서 더 신변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대군(大君)의 수난사’는 한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동생이 권좌에서 물러나기가 바쁘게 철창신세가 됐다. ‘봉하대군’ 노건평 스토리다. 그게 불과 5년 전의 일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영일대군’ 이상득 의원이 검찰에 소환 된 것이다.
그들뿐이 아니다. DJ, YS의 아들들도 모두 구속됐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5공왕조’의 대군(전경환)도 마찬가지의 운명을 맞았었다.

무엇이 대군들의 수난사를 불러오고 있을까. 답은 ‘권력’이다.

그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너와 나의 모습’- 그 변치 않는 세태가 대군의 수난사를 계속 써나가게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만사형통(萬事兄通·모든 일은 형을 통한다)’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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