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서로 안다는 것

2012-06-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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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

석유는 일상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아침 출근길만 예를 들어보자. 아침에 눈떠서 온수로 세수 하고 화장품을 사용하고 옷을 입고 휘발유를 넣은 차를 타고 석유 정제 후 나온 찌꺼기로 만든 아스팔트 위를 달려 출근후 플라스틱 컵에 든 모닝커피를 마신다. 이 모든 물질을 만드는데 석유가 사용된다. 그래서 요즘 인간들의 전쟁은 대부분 석유가 원인이다.

지난 주말, 현대뮤지엄에 갔다가 충격적인 비디오를 보았다. 대형 동영상이 멀리서 마주 보면서 동시상영되고 있는 비디오실에서 관객들은 2채널 비디오의 중간 지점인 벽 의자에 앉아 왼쪽, 오른쪽으로 부지런히 고개를 돌려가며 화면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1990년대초 이후 외국계 정유회사와 나이지리아 남부의 니제르 델타지역 소수민족(오고니족과 이자오 족)간에 싸움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 동영상들은 두 개의 커뮤니티, 즉 석유를 생산하는 쪽과 공급하는 쪽 이야기였다.왼쪽 화면에는 원유개발로 인해 환경 대이변이 일어나자 ‘고기를 잡아 아이에게 줄 수 없게 된’ 어부와 ‘우리를 이렇게 만든 정유시설을 파괴하겠다’는 민병대원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주민들은 가난에 찌들어 사는데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외국석유회사와 부정부패에 물든 나이지리아 정부는 공정한 수익분배를 하지 않았다. 이에 니제르 델타 소수민족은 정유공장을 불태우고 노동자들을 납치하는 등 폭력사태를 일으켰고 나이지리아 정부는 혼란상황을 수습할 능력이 없자 미국과 영국의 도움을 청해 군인의 델타 지역 주둔을 요청했다. 나이지리아군과 경찰은 물론 지역 민병대 조직도 무장한 채 서로 죽기 살기로 싸우는 것이다.

다큐멘터리를 찍는 감독에게 ‘조심하시우, 다음에 만나면 백인인 당신도 죽어’ 하는 빨간 두건 쓴 민병대원의 말은, 싸우러 가기 전 주술음악에 맞추어 전쟁 댄스를 추는 모습은, 무섭다기보다는 차라리 연민을 갖게 했다.
오른쪽 화면에는 2008년 베어스턴스 붕괴 첫날의 시카고 증권거래소 모습이었다. 미친 듯 널뛰는 주가에 고함치고 초조해하고 분노하는 사람들, 오일을 포함한 주식에 한 푼이라도 더 가지려는 탐욕, 히스테릭한 반응들이 어찌나 공격적이고 이기적인지 그들 역시 불쌍했다.

세상만사를 어느 쪽이 옳고 그르다, 흑백으로만 나눌 수는 없다. 가난하고 고통 받는 것이 어찌 못배우고 게을러서만이겠는가, 가진 자들이 좀더 그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배려해야 했다. 교육의 기회를 주고 가난에서 벗어날 뒷받침을 해주어야 했다. 그렇다고 선진국에서 태어났고 가정환경과 기회가 좋았으며 본인도 힘들게 상류층에 올랐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노력이고 운이다. 다만 더 가지려 투기하고 속이고 돈의 노예는 되지 말아야 했다.

두 개의 영상을 동시에 보면서 경제, 개발, 폭력에 대한 모든 것을 각 그룹의 관점에서 보면 다 이해가 갔다. ‘입에 넣을 물고기 한 마리’를 위해 서방이든 아프리카이든 다들 치열하게 사는 것이다. 서로에 대해 알고 이해 한다는 것은 중요하다. 자신과 전혀 다른 나라, 환경, 다른 사람의 생활에 대한 이해는 그들에게 관심을 갖게 하고 화해의 연결고리를 만든다. 이 영상물은 미국인 마크 블로스의 ‘프로젝트 97’이라는 작품으로 7월 16일까지 현대뮤지엄에서 상영된다고 한다.

최근 뉴스로 나이지리아 정부와 석유회사들은 석유절도로 인해 매달 1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보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넷판은 밝혔다. 지난 2009년 니제르 델타 지역에서 송유시설 파괴 행위를 주도하던 무장세력에 대한 사면을 단행하면서 석유 생산량은 증대했지만 부패한 정치권과 무장세력간 결탁으로 인한 석유불법거래는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또 나이지리아 석유노조는 정부의 석유보조금 중단시 언제든 산유시설 폐쇄라는 키를 쥐고 있고 실제 폐쇄 때는 국제유가는 상승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물가가 더욱 오를 것이다. 확실히 요즘은 오일 전쟁 중이고, 아무래도 내일부터는 자동차 대신 지하철을 애용해야 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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