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기자의 근성

2012-06-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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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뉴욕 타임스.’(The New York Times). 알아주는 신문이다.
세계 여러 곳을 여행했는데 주요 도시라면 어디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국제 호텔은 아예 아침식사와 함께 객실에 넣어주는 경우도 흔하다.
그러니 말이 ‘뉴욕’ 타임스이지 실제로는 ‘월드’ 타임스나 다름이 없다.
뉴욕 타임스가 뉴욕 소수계 언론을 상대로 실시한 기자교환 프로그램을 연수한 바 있다.

뉴욕 한국일보 소속 1기생으로 참여했는데 내용은 약 3주간 신문사 맨하탄 본사로 출근해 주어진 짝 기자와 함께 취재하며 일하는 것.
또 취재와 편집, 그리고 인쇄 절차를 거쳐 기사가 완성품이 되는 과정도 견학한다. 같은 직업 종사자로서 프로그램을 통해 별달리 새로운 것을 배웠다는 기억은 없으나 지금도 뚜렷하게 떠오르는 것은 당시 신문사에서 물씬 풍겼던 ‘기자의 근성’(Journalism)이다.

말단 인턴에서부터 편집국장까지 ‘기자’(Journalist)는 “직장이 아니라 직업이다”(not a job but a profession)라는 ‘정신’(Spirit)을 물씬 뿜어대니 언론 냄새가 신문사를 뒤엎는다는 느낌에 사로잡혔던 것이 아직도 생생하다. .


신문사가 홍보 광고를 내면서 “더 뉴욕 타임즈,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저널리즘”(The New York Times, The World’s Finest Journalism)이라고 내세우는 것이 이를 보여준다.

신문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신문사가 조성한 ‘기자의 근성’을 자랑하는 것이다.취재와 편집기자들, 그리고 그들의 ‘정신’이 담긴 글을 뽑아내니 신문이 인정받지 않을 수가 없다. 알아주는 신문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자. 쉽게 얘기하면 ‘글을 쓰는 사람’이다.
그러니 원하면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누가 무슨 글을 어떻게 쓰는가에 있다.
바로 여기에서 ‘기자의 근성’이 등장한다.

‘공정, 정확과 전면’(fair, accurate and complete)을 바탕으로 한 ‘기자의 근성’이 없이는 인정받는 기사가 나올 수 없다. 알아주는 신문을 내놓기는 더더욱 그렇다.안타깝게도 한국 언론에서는 이 ‘기자의 근성’이 실종된 기사를 너무도 자주 접한다.

자체적인 취재 없이 외신 기사를 표절하는 것은 이미 일상화 된지 오래다.
또 사설과 오피니언이 아니라 특정 사건 기사를 언론사의 ‘정치 성향’에 따른 시각에서 보도한다.그러다보니 언론사 구미에 맞춰 사실이 편파적이거나 왜곡되거나 부분적으로 전달되기 일쑤다.

자유가 주어진 언론이 스스로 언론의 자유를 뭉개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진국 대열 진출을 앞두고 자체 검토가 가장 시급한 분야 중 하나가 분명하다.사회의 의식 수준은 그들이 접하는 언론에 있다고 한다.그리고 언론의 가치는 보도된 기사를 평가하는 사회에 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뉴욕 타임스가 ‘기자의 근성’을 조성하고 내세우는 이유다.
<신용일 기획취재 전문기자>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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