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그대는 나의 태양, 나의 오직 하나”

2012-06-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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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자 수필가

“그대는 나의 태양, 나의 오직 하나-You are my sunshine, my only sunshine...” 모두들 열창을 하고 있다. 모두 흰머리를 한 노인들이 어쩌면 그렇게 목청이 좋으신지 모른다. 브루클린 노인회 회원들이 한 달 동안 노래를 배우며 동시에 영어 회화로 응용할 수 있도록 공부하고 있다. 미국 생활에 필수 조건이 영어이긴 하지만 나이 드신 분들이 새로운 언어에 익숙해지기란 쉽지가 않다. 뿐만 아니라 문법이나 회화, 스펠링을 따로 공부하는 것을 힘들어 하셔서 노래로 하면 재미있을 것으로 믿어져 시도해 보았다.

노래 가사에서 주어를 ‘내 며느리, 내 딸, 내 아들, 남편, 아내’로 가사를 바꾸어 연습했다. 가족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그들을 태양과 같은 존재로 느껴보자고 했다. 영어노래 시간 이번 주말 숙제는 가족마다 그들 앞에 서서 시선을 맞추고 이름을 부르며 “그대는 나의 태양, 나의 오직 하나-You are my sunshine my only sunshine...”를 부르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머님들, 숙제 안하는 학생은 어떡하지요?” “맴매합니다, 선생님” 하시며 어머님들은 모두 모두 깔깔 웃으신다 .


집에 돌아오는 길에 운전하며 나의 바램을 노인회원 한분 한분께 보냈다. 그분들의 얼굴과 모습을 떠올리면서. 첫 번째 숙제에서 노인회원들이 숙제를 하면서 가족 하나하나가 태양과 같은 존재임을 느낄 수 있었으면, 나도 내면으로 들어가 찾아보기로 했다. 내가 원망하는 이들, 미워하는 이들을 생각해 내었다. 그들도 이 세상에 햇빛을 받고 있고, 그들 나름대로 삶의 의미와 가치가 있고,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와 아무 관계없이 그들은 살고 있다. 아, 사는 것은 그들과 태양의 관계구나 나와 그들과의 관계는 다만 우리가 만든 이야기 일뿐.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언뜻 깨달음 하나를 얻었다.

그들도 나의 태양이라 해주자. 태양과 그들은 나와 태양의 관계와 똑같으니까. 나도 그들을 그 소중한 태양처럼 여겨주자. 어쩌면 그들이 나에게 행한 행위가 당연히 내게 부당했을지라도 그들은 그들대로 당연히 옳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겠다 싶다. 또 하나 요즘 느껴지기 시작했던 것 중에 하나가 과거에 내게 어려움을 준 이들에게 대응 또는 반전하며 사는 동안에 내 자신이 성장하고 진화되었음 이었다. 그들은 나를 비추는 또 하나의 태양이었을까?
이제 망설임 없이 노래해 줄 수 있다.

“그대는 나의 태양, 나의 오직 하나-You are my sunshine, my only sunshine...” 다음 주 노인회 수업 때까지 내가 낸 숙제대로 지난날 나에게 태양이었던 이들을 향해 노래 불러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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