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소함에 목숨걸어, 말어?

2012-06-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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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마시기 시작한 커피가 종일 커피를 입에 달고 산다. 피곤하거나 머리가 잘 안돌아갈 때 한잔의 커피는 졸음을 쫒고 맑게 하여 기분을 전환시킨다. 30여년 전에는 데이트를 신청하거나 맘에 드는 친구를 보면 “커피 한 잔 합시다”가 너와 사귀고 싶다거나 얘기를 하고싶다는 것으로 통했다. 지금은 그때보다 사는 것이 여유가 있어서인지 “밥 한번 먹자”로 대사가 바뀌었지만 커피는 여전히 인류의 역사 이래 모든 이에게 사랑 받고 있다.

브로드웨이 무대에 해리 포터의 주인공 다니엘 래드 클리프가 열심히 노래하고 춤추는 ‘성공시대’라는 뮤지컬이 있다. 그 뮤지컬에 직장인들이 커피를 마시는 장면이 나오는데 커피메이커에서 커피가 더 이상 안 나오자 모든 사람들이 일을 못할 정도로 안절부절 하며 미친 듯이 ‘커피’를 외치는 커피 중독 현상을 코믹하게 보여준다.


오늘아침에도 커피를 마시다가 과연 이 매력적인 음료는 누가 제일 처음 발견했을 까 궁금해졌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커피는 우연히, 사소한 일로 발견되었다고 전한다. 1,400년 전 아프리카 북동쪽 이디오피아 ‘카파’(KAFFA)란 지방에 염소를 모는 칼디라는 목동이 있었는데 목동은 오랫동안 염소와 생활해 와 염소의 습성을 잘 알았다. 어느 날 그가 염소들을 새로운 초원으로 데리고 간 적이 있다. 저녁이 되자 염소들이 이상한 증세를 보였다. 평소 온순한 염소들이 갑자기 활기에 차서 제멋대로 뛰어다니는 것이다. 도대체 낮에 무엇을 먹었기에 그런 가하고 다음날 어제 갔던 장소에 다시 염소를 데리고 갔다. 목동은 염소들이 어떤 나무의 잎과 붉은 열매를 따먹는 것을 보았다. 그날 저녁에도 염소들은 활기차게 뛰어다녔다.

목동은 그 나무의 잎과 열매를 따들고 집으로 와서 천천히 씹어보니 어찌나 쓰고 떫은 지 재빨리 뱉아서 화로에 던져넣었다. 잠시 후 화로에서 그윽한 향기가 나기 시작했고 목동은 나무의 열매를 불에 올려 끓이자 떫은맛이 사라지고 달콤한 맛이 나며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그는 그것을 동네사람들에게 나눠주었고 이는 이슬람 수도원의 승려들에게도 전달됐다. 기도 중에 졸음이 오던 승려들은 너도 나도 이것을 마셨고 전세계로 퍼져갔다. 사람들은 그 열매를 발견한 카파 지방의 이름을 따서 그 음료를 커피라 부르게 되었다.

글을 옮긴이는 대부분의 성공은 그 사람의 뛰어난 능력이 아니라 이처럼 사소한 일에서 시작된다고 말을 맺었다.물론 ‘큰일은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된다’(노자의 도덕경 제63장), 사소한 일을 해내는 것도 능력이다, 신뢰는 ‘사소하게’ 쌓인다, 사람은 큰 바위에 걸려 넘어지지 않고 작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 사소한 것에 목숨 걸어야 한다는 말들이 많다.
그 반면 미국의 심리학자, 연설가인 리처드 칼슨은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말라’는 책으로 베스트 셀러 1위에 2년간 오른 적이 있다.

그는 사소한 망설임-중요하지 않은 것은 버려라, 사소한 걱정-쓸데없는 걱정은 버려라, 사소한 두통거리-골치아픈 문제들을 버려라 등등, 사소한 것을 잊어버리라고 한다. 고통과 슬픔, 불안과 질병 등 행복을 가로막고 밝은 미래를 향해 나가는 발길을 가로막는 감정적인 스트레스와 감정을 버리라는 것이다. 삶 전체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기 전에 사소한 고통거리는 버리고 강인함을 지니라는 말이겠다.

우리들은 어떤 것을 가지고 어떤 것을 버려야 할까. 사소한 그 대상이 무엇이냐에 대해 결정되겠다. 화나고 분하고 억울한 감정, 즉 부정적인 것들은 마땅히 버려야 하는 사소한 것이고, 자신이 아끼는 대상, 긍정적인 것들은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주의깊게 살펴보라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정성껏 보살피고 있는 염소가 무얼 먹고 평소와 다른 지에 대한 목동의 관심은 사소한 것이 아니라 큰 애정이었고 관심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그의 지극한 관심이 오늘날 우리들에게 커피라는 좋은 위안이자 벗이자 청량제를 선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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